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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의 으뜸 제주옥돔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702102
한자 生鮮-濟州玉-
영어의미역 The Bast Fish in Jeju, Tilefish
이칭/별칭 오토미,솔라니,생성,바릇괴기,솔내기,솔라리,옥도미,옥두어(玉頭魚)
분야 지리/동식물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오영주

[개설]

제주도에서는 옥돔만을 생선이라 부르고 다른 바닷고기는 고유 이름을 붙여 부를 만큼 생선 중의 생선으로 친다. 제주 연안에서 주로 잡히는 심해성 백신어(白身魚)인 옥돔과의 황색 옥돔은 살이 단단하면서도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여 맛이 담백하고 깊어 제주인이 가장 선호하고 귀하게 여긴다.

제주인들은 정성이 중요한 제사 음식을 장만할 때는 집집마다 미리 옥돔을 장만해 두었을 만큼 제수로서 중시하였다. 무속(당제·굿)이나 유교식 제례상에는 반드시 마른 옥돔을 구워서 진설하고, 때로는 생옥돔을 끓인 국(겡국)을 메와 함께 올리기도 한다.

[옥돔의 생김새]

제주산 옥돔의 체색은 적색, 황색, 백색의 3종으로 몸빛이 전체적으로 적색이 진하여 붉은 바탕이고 머리가 황색이며, 꼬리지느러미에 두 줄의 황색 띠가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중국해에서 잡히는 연한 체색의 옥돔은 황색이 주고 다음이 적색이고 꼬리지느러미에 황색의 세로 줄무늬가 5개가 있다.

줄무늬 하단에 황색 반점이 있어 제주산 황색 옥돔과 구별된다. 몸길이는 40~45㎝에 달하며, 무게는 1.25㎏이다. 시장에 나오는 것은 30~38㎝의 것이 많다. 머리의 앞쪽이 매우 경사져 거의 수직형에 가까워 적색의 말머리 모양(눈 바로 앞을 깎아지른 듯한 얼굴 모양)을 닮은 것이 특징이다.

몸 높이는 머리의 바로 뒷부분이 가장 높으며, 뒤로 갈수록 가늘어진다. 등의 윤곽선은 거의 직선이며, 옆줄은 몸의 옆면 가운데 위를 지나고 등의 윤곽선과 거의 평행하다. 몸은 비교적 큰 사각형의 타일모양의 비늘로 덮여 있다. 몸은 조금 납작하고 눈과 입은 많이 떨어져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도미의 모습과 흡사하나 그렇다고 도미와 친척 관계인 도미과에 속하지는 않는다.

옥돔은 한자어로 옥두어(玉頭魚)라고도 하며 머리의 이마가 튀어나와 옥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명칭은 지역마다 달라 오토미(대정), 솔내기, 솔라리, 솔라니(성산·우도), 오토미생성, 생성(한림), 바릇괴기(중문), 옥도미 등으로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옥돔만을 생선(‘생성’)이라 부르고 다른 생선류는 고유 명칭으로 불린다. 솔라니라는 별칭은 체형이 ‘솔랑하다’(날씬, 통통, 갸름하다)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그 체형이 매우 잘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바릇괴기는 바릇(바다)과 괴기(고기)의 합성어로 바닷고기 중에서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옥돔이 진상품이 아닌 이유]

옥돔에 관한 역사서의 첫 기록은 『세종실록』지리지(1452)의 제주목편 토공조(土貢條)에 나오는 ‘옥두어(玉頭魚)’가 그것이다. 그 외에도 1653년(효종 4)에 간행된 이원진『탐라지』토산조(土産條)에도 옥두어가 등장한다. 일찍부터 제주인들이 먼 바다로 나가 옥돔을 어획했음을 알 수 있다.

옥돔이 제주도의 중요한 토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진상 물품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생옥돔은 수분이 많고 사후 경직 기간이 짧아 운송 도중에 부패하기 쉬워 진정한 생옥돔의 맛을 즐길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건옥돔이 있었지만 조정에서 제수로 쓸 다른 생선(북어·조기·민어 등)이 많았고 이 맛에 더 익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중앙에서 파견된 제주 3읍의 관원들의 구찬상(具饌床)에는 옥돔이 많이 올라갔다.

[문장가 임제의 제주 방문과 옥돔]

1578년(선조 11) 임진(林晋)이 제주목사로 재직할 당시 그의 아들 임제의 글에 옥돔에 관한 내용이 등장한다. 백호(白湖) 임제(林悌)[1549~1587]는 속리산에 있던 성운(成運) 문하에서 수학하다가 1576년(선조 9) 생원진사시에 합격하고 알성문과에 급제하여 이듬해 보직 발령을 받기 전에 부친을 만나러 제주에 들렀다.

그가 벼슬보다 시와 풍류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벼슬에 있으면서 숱한 일화를 남겼는데, 서도병마사로 임명되어 부임하는 길에 황진이(黃眞伊)의 묘에 제사를 지내고 시조 1수를 지었다가 부임하기도 전에 파직당한 일화가 유명하다.

당대의 문장가 임제가 1577년 11월 9일에 제주에 와서 1578년 3월 3일 서울로 떠날 때까지 약 4개월 간 제주에 머물면서 기록한 일기체 기행문 『남명소승(南溟小乘)』이 전해지고 있다. 그의 작품은 온통 술을 먹고 풍류에 젖어 쓴 글들이 태반이다. 젊은 그가 방랑과 술과 친구를 좋아하고 시를 즐겨 쓰는 호협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1578년 정월 27일에 쓴 시에 옥돔에 관한 구절이 나온다.

큰 물결이 아득하여 하늘에 닿았으니

온 섬의 민물은 부저에 부쳤네.

한라산 꼭대기엔 구름이 예스럽고

성주의 마을 가엔 풀과 나무가 성기었네.

동산에 심은 과실 금빛 귤이 가장 좋고

소반위의 반찬은 옥돔을 많이 쓰네.

목통으로 샘물 길어 아기 업음 같으며

집마다 돌을 쌓아 문려를 만들었네.

1578년 2월 그믐 추자도로 가는 도중에 쓴 일기에 “낚시하는 사람이 노략하여 지나면서 낚시를 던져 옥돔 몇 마리로 애오라지 저녁 반찬을 충당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옥돔을 국으로 먹기보다는 반찬으로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제주 사람들은 옥돔을 국으로 먹기를 좋아하나 육지 사람들은 굽거나 반찬으로 먹는다.

[생선 중의 생선, 으뜸 생선]

제주도에서는 옥돔을 생선 중에 으뜸으로 치기 때문에 제주에서 생선이라 함은 곧 옥돔을 칭한다. 생선 중의 생선이라 하여 옛날부터 사랑을 받아온 데는 먹음직스럽고 아름다운 체형과 빛깔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어시장에 진열된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제사 음식은 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속 제례나 각종 유교식 제례에 제수로서 옥돔은 매우 중요하였다. 제일이 다가 오면 집집마다 미리 옥돔을 장만해 두었다. 해변 마을에서는 어부에게 특별히 주문하여 두었다. 생옥돔이 없을 때는 건옥돔을 마련하여 도정하지 않은 보리를 담아둔 항아리 속에 파묻어 두었다. 이는 변질을 막기 위해서이다.

특히 여름에는 옥돔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래서 여름철 기제사의 제수 진설시 제1행의 반(飯)·잔(盞)·갱(羹)에는 마른 옥돔으로 미역국이나 무국을 끓여 메와 함께 올렸다. 계절에 관계없이 제2행에는 병(餠)·육(肉)·적(炙)·어(魚)를 올리는데 마른 옥돔 한 개를 구어서 올린다.

어적틀에 올리는 방식은 등이 위로 또는 아래로 오게 하는 데, 이는 지역과 가문에 따라 다르다. 육지에서는 비늘 있는 북어나 조기 등 어포를 올리나 제주에서는 가능한 한 건옥돔을 쓴다. 제수용 옥돔국을 끓이는 것은 여성의 몫이고 옥돔을 굽는 것은 남성이 맡는다. 제수로 쓰였던 옥돔은 제사 참석자의 머리수로 나누어 동일 크기로 잘라 개인 떡반에 넣어 분배, 음복한다.

[옥돔을 잡는 방법]

옥돔은 해저 또는 그 가까이에 있는 고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낚시가 해저에 닿는 것이 원칙이다. 예전에는 배[風船]를 타고 계절풍을 받으며 나가 깊은 바다에서 매우 긴(90발) 외줄낚시[一本釣]를 드리워서 한 마리씩을 차례로 낚았다. 배를 세워서 낚시질하지 않고 물살과 바람에 따라 이동하면서 낚았다.

낚시줄을 드리우고 손으로 ‘푸끔질’(손놀림)을 하면서 낚는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나 물살이 세면 닻으로 움직임을 조절하면서 낚는다. 지금은 주낙기술(연승(延繩), 또는 땅주낙)로 여러 개의 낚시를 거의 동시에 드리워서 낚아 올리는 어구·어법을 쓴다. 외줄낚시에 비해 1마리의 고기를 낚아 올리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 훨씬 짧아 어획 성능이 높다.

어구의 기본 구조는 한 가닥의 기다란 줄[幹繩, 모릿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가짓줄[枝繩, 아릿줄]을 달고, 가짓줄 끝에 낚시와 미끼를 단 땅주낙[底延繩]의 형태이다. 모릿줄에 적당한 간격으로 추를 달아서 가라앉히고, 뻗쳐 놓은 어구의 양 끝에는 닻을 놓아서 어구를 고정시키며, 그 곳에서 수심보다는 긴 부표 줄을 내고 그 끝에 깃발이 달린 표지를 달아서 띄워두었다가 차례로 거두어 올리면서 낚인 고기를 떼어낸다.

주어기는 음력 9월부터 다음해 4월 말까지이고 11월이 제철이다. 수분이 많아 부패하기 쉬어 하루만 지나도 시들시들하기 때문에, 그날 어획한 ‘당일바리’ 옥돔을 최고로 친다. 음력 10월에서 이듬해 1월에 잡은 것은 당일바리일 확률이 높다. 북풍이 센 계절이라 노를 저어 그날 갔다가 그날 돌아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산란기인 여름철 옥돔은 맛이 덜하다. 제주에서는 생선을 죽으로도 먹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옥돔(생옥돔 또는 건옥돔)죽이다. 방법은 다른 생선죽과 대동소이한데, 옥돔을 끓는 물에 삶아 육수를 만들고 육질에 붙은 뼈를 발라내고 불린 쌀과 함께 죽을 쑤면 옥돔죽이 된다. 맛이 담백하고 흰살의 맛이 좋아 어린이 이유식이나 환자의 회복식으로 널리 쓰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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