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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풍과 여우」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701595
한자 李淳風-
영어음역 Yi Sunpunggwa Yeou
영어의미역 Yi Sunpung and a Fox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작품/설화
지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라동
집필자 고경림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민담|변신담|대결담
주요 등장인물 이순풍|여우
관련지명 대정 고을
모티프 유형 여우 변신|이순풍과 여우의 대결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라동에서 전승되는 변신한 여우와 이순풍의 대결에 관한 민담.

[개설]

여우 등의 동물이 사람으로 변신하고, 변신한 여우를 특별한 능력의 주인공이 잡으러 다닌다는 「이순풍과 여우」류의 이야기는, 일상적 경험의 틀을 벗어나 신비한 환상의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사람으로 변신한 여우는 힘없는 민중을 농락하나, 민중은 스스로의 힘으로 여우를 이기지 못한다. 「이순풍과 여우」 이야기에서 이순풍은 힘없는 민중을 대신해 여우를 징벌하는 존재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순풍과 같은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며 고달픈 현실을 잊게 되는 것이다.

[채록/수집상황]

1957년 12월 제주시 오라동의 고흥규(남)가 구연하였다.

[내용]

이순풍은 뱃심이 좋고 마음이 굳센 중노인이었다. 어느 날 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언덕 밑 굴 안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이순풍은 호기심에 굴 안을 들여다보았다. 굴 안에서는 늙은 여우 한 마리가 사람의 해골을 자기 머리에 맞도록 돌에 갈고 있었다. ‘늙은 여우가 사람의 해골을 쓰면 여러 모습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데, 이 여우도 둔갑을 하려는구나.’ 하는 생각에 이순풍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 만에 해골이 여우의 얼굴에 꼭 들어맞았다. 그리고 굴 밖으로 나서는 순간 여우는 점잖은 노인으로 변하였다. 노인이 언덕 아래로 내려가자 이순풍은 먼발치에서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노인이 어느 마을을 찾아들고부터 그 마을에는 괴질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노인은 곧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소문을 냈다.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신통하게도 노인이 만지기만 해도 병이 나았다. 그러나 치료비가 엄청나게 비싸서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는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노인은 마을의 모든 재산을 손아귀에 넣었다. 이러한 사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던 이순풍은, 여우를 죽일 기회를 엿보다가 어느 날 환자의 집에서 나오는 노인을 단도로 찔렀다. 노인은 여우로 변한 뒤 아흔아홉 개의 꼬리를 흔들며 달아나 버렸다.

이순풍은 비록 여우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여우가 거둬들인 재화를 찾아 사람들에게 나눠 주기로 마음먹고 예전에 여우가 둔갑했던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여우굴 바로 못 미처 무덤가에서 웬 여인이 슬프게 통곡을 하고 있다. “아니, 무슨 일로 이런 곳에서 울고 있소?” 하고 이순풍이 묻자, 여인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더욱 큰 소리로 울면서, 온 가족이 죽고 이제 혼자 살아남아 있는 것이 슬퍼서 우는 거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이 무덤에는 할아버지, 저 무덤에는 아버지……가 묻혀 있다면서 일일이 가르쳐 준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이순풍한테 칼을 맞았던 여우였다. 여우는 이순풍이 올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다가, 의지할 데 없는 애처로운 여인네 흉내를 내면서 이순풍한테 거두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고는 이순풍이 이를 응낙하자, 그날 밤 여우의 본색을 드러내어 이순풍을 황소로 만들어 버렸다.

여우는 황소가 된 이순풍에게 실컷 분풀이를 하고 나서 어느 마을 사람한테 팔아 버렸다. 그런데 황소를 팔면서, “보다시피 덩치도 커서 일을 잘할 게요. 하지만 절대 배추밭에는 데려가지 마시오. 잘못 해서 배추를 먹으면 죽고 말 거요.” 하고 당부를 한다. 이순풍은 ‘필시 배추만 먹으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겠구나’ 생각하고, 기회만 있으면 배추밭으로 들어가려고 기를 썼다. 그러나 주인은 노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는 배추밭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이 외출을 하였다. 그 부인이 황소를 끌고 가 개울에서 물을 먹이고 돌아오는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났다. 그 부인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이순풍은 얼른 배추밭으로 들어가 배추를 뜯어먹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술이 풀리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순풍은 지난 번 여인으로 둔갑한 여우를 만났던 무덤으로 갔다. 그러고는 무덤 안에 묻어 둔 재물을 모두 파내어 집으로 돌아온 뒤 여우의 복수에 대비해 사나운 개를 여러 마리 사들였다.

어느 달 밝은 밤, 이순풍은 대정 고을 시냇가에서 그릇을 씻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런데 그릇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분명히 여우의 발톱 소리다. 이순풍은 가까이 다가갔다. “웬일로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혼자 그릇을 씻고 계시오?” “마침 잘 되었군요. 돌아가려던 참이에요. 같이 가요.” 예쁜 여인이었다. 이순풍은 모른 척하며 여인을 말에 태웠다. 그러고는 말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며 단단히 결박 지웠다. 집에 있던 개들이 귀에 익은 주인의 말방울 소리에 컹컹 짖으며 마중 나왔다. 그 순간, 여우는 아차 속았구나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개들은 여우 냄새에 일제히 달려들어 물어뜯기 시작하였다. 여우는 여러 마리 개들이 한꺼번에 물어뜯는 바람에 끈이 끊어지자 재빨리 도망쳐 버렸다. 그러나 한쪽 귀가 떨어져 나간 뒤였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 후, 어떤 노인이 시냇가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 곳은 이순풍이 그릇 씻던 여인을 만났던 곳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굿이라도 하는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노인이 소리나는 쪽으로 가보니 족제비와 여우가 닭 한 마리를 잡아다 놓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 “궁궁” 하고 여우가 선창하면 “짝짝” 하고 족제비가 맞받았다. ‘궁궁, 짝짝’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여우가 다른 소리로 넘어갔다, “아야 귀야.” 족제비가 그 소리를 받아, “무슨 귀?” 하니까 여우가 이렇게 받아넘겼다. “이순풍한테 찢긴 귀.”

[모티프 분석]

이순풍은 당나라 때 역서를 이용하여 길흉을 정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인데, 역사적 인물담에서는 주로 명복(名卜)으로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전승되는 많은 이야기 속에서는 여우를 잡는 존재로 나타난다.

제주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이순풍과 여우」에서 이순풍은 인간으로 변신한 여우를 잡기 위해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지혜와 혜안을 동원하고 있다. 민담의 특성대로 해학적인 결말이 웃음을 유발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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