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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신화와 삼공주」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701034
한자 三姓神話-三公主
영어음역 Samseong Sinhwawa Samgongju
영어의미역 Myth of Three Clan Founders and Three Princesses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작품/설화
지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집필자 김순이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서 전승되는 고씨·양씨·부씨의 시조 신화이자 탐라국의 건국 신화.

[개설]

「삼성신화와 삼공주」 신화에서 고씨·양씨·부씨의 시조는 모흥혈(제주 삼성혈)에서 솟아 나온다. 이는 「단군 신화」나 고구려 건국 신화인 「주몽 신화」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단군이나 주몽은 하늘(천제)의 후손임을 내세우며 신성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삼성신화와 삼공주」에서는 땅(대지)에서 삼성의 시조가 용출하여 땅의 주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 시조의 배우자인 ‘삼공주’ 역시 하늘이 아닌 푸른 바다 너머에서 오곡과 가축을 가지고 온다. 이는 수렵 문화에서 농경문화로 넘어가는 단계를 의미하며, 삼성의 시조가 거처를 정하고 세력을 확대하는 모습에서 씨족 사회가 부족 국가로 형성되던 단계의 문화적 배경을 알 수 있게 한다.

「삼성신화와 삼공주」 신화는 『고려사(高麗史)』권11과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탐라지(耽羅志)』·『영주지(瀛洲志)』 등의 문헌은 물론이고, 제주 지역에서 구전하는 무가나 전설에서도 이야기되고 있다.

[내용]

『고려사』지리지를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태초에 사람이 없더니, 홀연 세 신인이 한라산 북녘 기슭의 모흥혈(毛興穴)에서 솟아났다. 첫째를 양을나(良乙那), 둘째를 고을나(高乙那), 셋째를 부을나(夫乙那)라고 하였다. 세 신인은 사냥을 하여 가죽옷을 입고 고기를 먹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줏빛 흙으로 봉한 나무함이 동쪽 바닷가로 떠밀려 와서 열어 보았더니 돌함과 사자(使者)가 있었다.

돌함 속에는 푸른 옷을 입은 세 명의 처녀와 송아지·망아지, 그리고 다섯 가지 곡물의 씨가 있었다. 사자가, “나는 일본국 사자인데 우리 임금이 세 딸을 낳으시고 이르시되, 서쪽 바다에 있는 산에 신자(神子) 셋이 태어나시어 나라를 열고자 하나 배필이 없으시다 하시며, 신에게 명하시어 세 따님을 모시고 가도록 하여 이곳으로 왔사오니, 마땅히 세 따님을 배필로 삼아 대업을 이루소서.”라고 말하고는 구름을 타고 떠났다.

세 사람은 세상에 태어난 차례에 따라 장가를 들고, 물 좋고 땅이 기름진 곳으로 나아가 활을 쏘아 거처할 땅을 정하였다. 그리하여 양을나가 거처한 곳을 제일도(第一都), 고을나가 거처한 곳을 제이도, 부을나가 거처한 곳을 제삼도라 하였다. 그런 다음 비로소 오곡의 씨를 뿌리고 소와 말을 기르니 날로 살림이 풍요로워졌다.

「삼성신화와 삼공주」 신화에서 세 신인이 솟아났다는 모흥혈은 지금의 제주시 이도동에 있는 제주 삼성혈(三姓穴)로서, 지금도 세 개의 구멍이 남아 있다. 세 신인이 거주하였다는 제일도·제이도·제삼도는 지금의 제주시 일도동·이도동·삼도동으로 제주시의 중심지이다.

또한 삼공주가 지금의 남제주군 성산읍 온평리에 닿았다고 적혀 있는데, 온평리에는 삼공주가 올라올 때 찍혔다는 말 발자국이 바닷가 바위에 남아 있고, 세 신인이 삼공주와 혼인을 하였다는 ‘혼인지(婚姻池)’라는 못이 남아 있다. 그리고 세 신인이 거처할 곳을 정할 때 쏜 화살을 맞은 돌이 제주시 화북동삼사석(三射石)이라 하여 남아 있다.

그런데 『영주지』에 나오는 이야기는 『고려사』의 이야기와 기본 구조는 같으나 세부적인 사항에서 약간의 차이가 난다.

우선 고을나·양을나·부을나의 차례로 세 신인이 태어났고, 세 처녀는 일본국이 아닌 동해 벽랑국(碧浪國)의 왕녀들이다. 또 이들이 들어온 곳은 조천읍 조천리의 금당(金塘)이고, 세 처녀는 새알 모양의 옥함에 담겨 있었고, 고을나는 지금의 제주시 일도동, 양을나는 안덕면의 산방리, 부을나는 표선면의 토산리에 거처를 정하였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세 신인이 활을 쏘아 용력을 시험하여 상·중·하를 정하고 군·신·민의 서열을 정하여 탐라국을 건국하였다는 기록이 덧붙어 있다.

[모티프 분석]

「삼성신화와 삼공주」 신화에서 세 신인이 땅에서 솟아나왔다는 것은 무엇보다 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일종의 장치이다. 고립무원의 외딴섬 땅 속에서 솟아나온 세 신인이야말로 진정한 땅의 주인임을 상징하고 있다.

활을 쏘아 형과 아우를 정했다는 것은 수렵 시대의 능력 기준을 말해 준다. 이들이 해안가에서 맞아들인 삼공주는 문명한 곳에서 표류해 온 여성들이다.

이들이 서로 혼인하자 자손이 번성하고 가져온 오곡의 씨앗과 가축이 풍요롭게 되었으므로 비로소 왕국을 건국하는 기틀이 되었다는 것은 여성의 생산성과 풍요를 강조하고 있다 하겠다.

사냥감을 찾아 수시로 이동하는 수렵 시대가 남성성과 고립을 의미한다면 오곡의 씨와 가축은 정착하여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 여성성과 평화를 의미한다.

「삼성신화와 삼공주」 신화에 나타나는 삽화와 화소들은 「송당 본풀이」를 비롯한 제주 지역의 많은 당신화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 내용은 대개 제주 지역의 어느 곳에서 솟아난 남신(男神)이 수렵 생활을 하다가 동해 용왕국의 막내딸과 혼인하여 농경 생활을 시작하고, 활을 쏘아 좌정할 곳을 정하여 당신이 되고 마을을 수호하게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이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미루어, 「삼성신화와 삼공주」 신화는 본래 삼성 씨족의 조상 본풀이면서 이들 씨족이 숭앙하던 당신 본풀이적 성격의 신화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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