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9000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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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미역 | Pass |
이칭/별칭 | 영,재,티 |
분야 | 지리/자연 지리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북도 충주시 |
집필자 | 조헌 |
[정의]
충청북도 충주시에 있는 산줄기를 이루는 봉우리들 사이의 낮은 능선부.
[개설]
한반도는 오랜 기간 동안 변성을 받거나 마그마의 관입으로 더욱 단단한 지각으로 구성된 안정 지괴에 속한다. 게다가 남동에서 북서로 미는 태평양판을 비롯하여 남쪽에서 밀려오는 필리핀판, 동쪽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온 동해 지각의 확장 등 다양한 방향의 횡압력을 직간접적으로 받아 왔다.
이러한 안정 지괴 말단부 환경에 놓인 판구조 운동의 상황은 융기 과정에서 산지의 체적이 증가, 곳곳에 쪼개지고 갈라진 단층선(fault)이나 단열(fracture)을 생성시켰다. 일본과 같은 신기조산대의 경우, 암석의 고결도(강도)가 약하여 힘을 받아 휘어진 습곡 산지가 많은 것과는 대조적인 면모를 보인다.
이러한 여러 구조선들을 따라서는 암석의 절리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주변에 비해 풍화가 더 진전되어 크고 작은 골짜기를 형성하게 되었다. 또한 산줄기를 관통하는 구조선에 의해서도 능선부가 차별 풍화됨으로써 낮은 안부를 이루게 된 곳들이 많다. 즉, 산지의 비중이 높은 한반도는 산간 분지나 골짜기를 서로 이어주는 고개의 발달이 매우 탁월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산지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충주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동-서 네트워크]
충주 지역의 산지는 거시적으로 북동-남서 방향의 차령·소백산지와 남-북으로 뻗은 태백산지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산지 내부를 이루는 주요 산줄기들의 방향은 반드시 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는 생성 시기와 방향을 달리하며 발달해온 다양한 구조선의 영향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골짜기와 고개의 발달에 가장 우세하게 작용하는 지형학적 요소는 동-서 구조선이다. 특히 충주시 동서 경계부를 따라 남북으로 뻗어있는 산줄기를 동서로 절단하는 경우에서 잘 인식된다.
먼저 제천시와 인접한 동부 태백산지는 오청산~천등산~인등산~지등산, 대덕산~마미산~부산으로 이어지는데, 각 봉우리들 사이에는 동서로 통하는 고개들이 위치한다. 오청산과 천등산 사이의 다리재를 비롯하여, 느릅재(천등산/인등산)와 달랑고개(마미산/부산)가 이에 해당된다. 충주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계명산~남산~대림산 산줄기에도 마지막재와 발치가 사이에 끼어 있다. 특히 다리재는 충주에서 박달재를 넘어 제천으로 갈 때 반드시 넘었던 중요한 길목이며 현재에도 국도 38호선이 지나가고 있다. 충주시내에 인접한 마지막재도 충주와 단양을 오가는 남한강 남쪽 길의 필수 경유지였다.
뿐만 아니라 소백산지 내부 수안보면 일대에도 미륵리와 월악산 송계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지릅재(석문봉/신선봉), 미륵리에서 문경으로 통하는 하늘재(포암산 남쪽), 과거 영남로의 길목에 있었던 문경새재(조령)에서 수안보로 들어올 때 넘는 소조령(신선봉 서편)이 있다. 그리고 음성군, 여주시와 경계를 이루는 서부 차령산지 본줄기를 따라서는 이문고개(오갑산/원통산), 솔고개(원통산/수레의산), 못고개(수레의산/부용산) 등이 분포한다. 앙성면의 이문고개는 현재 중부내륙고속도로 및 장호원과 음성군 감곡면에서 충주로 들어오는 국도 38호선이 통과하는 낮고 완만한 고개이다.
이러한 동-서 네트워크를 가능케 하는 고개들은 충주 지역 주변의 산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충주분지 내부에 발달한 낮은 남북 방향 산지나 구릉열에도 분포한다. 소태면~엄정면 일대에는 남북 방향 구릉열들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데, 여기에도 구룡고개(구룡리/주치리), 구수고개(오량리/복탄리) 등이 존재한다. 노은면과 중앙탑면을 잇는 노은고개도 을궁산[394m]과 병풍산[395m] 사이에 형성된 낮은 곡중 분수계에 해당되는 지점이다.
[남-북 네트워크]
충주 지역에서 동-서 구조선이 잘 발달해 있음은 곧 동-서 산줄기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다시 남-북 구조선에 의해 일부 절단되면서 능선부가 낮아진 결과, 고개로 형성된 사례도 적지 않다.
최북단 원주시와 경계를 이루는 곳에서는 소태면에서 원주시 귀래면으로 통하는 소태재를 비롯하여 갈미봉 옆을 지나는 녹재고개 등이 있다. 특히 차령산지의 동-서 지맥이 잘 발달해 있는 충주시 서부 지역에는 이러한 남-북 구조선을 따라 형성된 고개들이 전형적으로 분포한다. 앙성면과 노은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줄기 상에는 둔터고개(원통산/국망산), 하남고개(국망산/보련산), 노은면과 신니~주덕~대소원면의 경계부에는 능안고개(노은면 안락리/신니면 문숭리), 솔고개(노은면 신효리/주덕읍 덕연리)가 있다.
또한 주덕~대소원면 일대에서 음성군·괴산군과의 경계부를 따라서는 서낭고개(주덕읍 창전리/음성군 소이면 비산리), 쇠실고개(대소원면 금곡리/괴산군 불정면 삼방리), 대간치(대소원면 매현리/괴산군 불정면 창산리)가 위치한다. 특히 서낭고개는 대전, 청주, 음성에서 충주로 이어지는 국도 36호선이 지나가며, 부근의 다른 골짜기로는 충북선도 통과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충주 지역에서 고개가 지니는 의미]
다양한 산지로 둘러싸인 분지의 형상을 띤 충주 지역은 전통적으로 토지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자족력이 높아 한반도 중부 내륙에서도 문화·역사의 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행정력을 지닌 지역 중심지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지역 내부는 물론 주변 지역간의 네트워크(연결성)가 원활해야만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일례로 차령산지 내부에 위치하여 생활 공간은 좁지만 백제의 수도가 입지했던 공주는 금강의 동-서 수운과 천안~차령~정안천 골짜기~우금치~논산·전주로 이어지는 남-북 교통로가 서로 교차하며 높은 결절성을 지닌 점이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주에 비해 충주는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지닌 곳이다. 화강암의 넓은 분지가 발달하여 인구 부양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주변과 연결되는 다양한 동-서, 남-북 통로인 고개들이 사방으로 분포함으로써 행정력을 미치는데 유리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강원도에서 남한강을 따라 내려오는 뗏목 길, 충주 목계에서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수운이 만나는 자리가 충주였던 점도 가세한다.
과거 조선시대에 한양과 부산포를 잇는 최대 교통로였던 영남로 역시 문경새재(조령)을 넘어 충주를 지나 여주, 이천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다양한 고개를 지나야만 했었다. 이러한 고개들 주변의 산에는 영락없이 방어를 위해 조성된 오래된 산성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을 상대로 싸웠던 대림산성, 영남로가 통과한 길목에 인접한 장미산성 등이 대표적이다.
고개와 수운 등을 통한 활발한 네트워크 체계는 주변 지역에 대한 행정력 행사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다양한 문화가 충주 지역 고유의 문화와 결합되는 효과도 병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천이나 영월, 정선 등 태백산지 내부의 준 폐쇄된 생활공간이 고유의 산지 문화 색채가 강하다면, 충주는 이 지역 자체의 농경 문화는 물론, 수도권의 중앙 문화, 영남의 양반 문화, 인접한 소백산지의 산지 문화(괴산·보은·문경·단양·제천 일대) 등이 오랫동안 상호 작용하여 온 흔적들이 녹아 있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즉, ‘산지와 평야 문화가 결합된 중부 내륙의 문화적 용광로로서의 중원 문화 지역’인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타 지역의 사례와도 비교 가치가 높다. 일례로 전주는 서해안과 호남평야, 진안고원 일대의 산지 문화의 접점에 위치하면서 행정 중심지는 물론 ‘비빔밥’ 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오히려 충주는 소백산지 이남의 전통적 중심지였던 상주와 유사한 모습을 띤다. 상주는 자족력을 바탕으로 한 인구 부양력을 바탕으로 한 곳이며, 여기에 영남로와 낙동나루를 통한 수운이 결합됨으로써 조선시대에 중요한 구읍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주요 지역들을 살펴볼 때, 남한강 중류와 소백산지 북쪽에 위치한 또 다른 내륙의 문화적 색채를 띤 곳이 바로 중원 문화의 고장, ‘충주’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