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신석기시대를 이어 나타나는 청동기를 도구로 만들어 사용한 시대.

[개설]

청동기시대에는 지구 온난화 이후 점차로 기온이 내려가 해수면이 저하되었다. 이에 따라 각지에 저습지가 생겨나고 대륙에서 벼농사의 기술이 전래되었으며, 농경 도구가 많이 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청동기의 주조술이 전래되어 각종 무기류와 장신구류 등이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농사를 짓고 집단 거주를 위해 많은 나무가 필요하게 되고, 나무 벌채로 인하여 대규모적인 자연의 개변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비로소 전쟁이 시작되었으며, 토기는 기존의 빗살무늬 토기와 달리 무문 토기가 만들어졌다. 또한 방직 기술이 개발되었고, 제염이 일반화되는 등 많은 사회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묘제는 석관묘, 옹관묘, 고인돌이 축조되기 시작하였다.

[유적 분포]

남원 지역의 청동기시대에 해당하는 빠른 단계의 유적으로는 고죽동 유적이 조사되었다. 고인돌은 주천면 신기리, 아영면 갈계리·청계리·봉대리·고인리, 산동면 신기리, 보절면 황벌리·은천리, 송동면 세전리, 수지면 산정리, 대강면 송대리·석촌리·사석리 등지에서 확인되었다. 이 외에도 남원의 거의 전 지역에서 청동기시대의 유물산포지가 조사되었다.

[문화상]

남원시 북동쪽에 위치한 고죽동 현 남원의료원이 자리하고 있는 능선에서 3기의 청동기시대 주거지가 조사되었다. 주거지의 형태는 송국리형의 원형 주거지와는 달리 말각방형(抹角方形)이다. 유물은 반월형 석도·방추차·구순각목(口脣刻目) 토기·공렬문(孔列文) 토기·마연 토기·석부·석착 등이 출토되었다.

남원 지역을 흐르는 섬진강 유역의 주거지군은 강변의 충적 평지나 얕은 구릉 지대에 형성되어 있다. 남원 고죽동 외에도 순천 우산리·구산리·대곡리, 화순 복교리 등지에서 발견되었다. 주거지의 형태는 원형·타원형·말각방형·말각장방형 등 다양하다. 말각방형, 말각장방형은 내부에 기둥 구멍이 확인되지 않고 원형 주거지보다 다소 늦은 시기에 형성된 새로운 양식으로 파악되고 있다.

승주 대곡리에서는 대형 창고 또는 고상 가옥과 같은 대형 건물지로 추정되는 유구가 조사되어 청동기 후기에 남부 지방에서 건립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상 가옥은 같은 시기인 일본 큐슈[九州]의 야요이[弥生]시대에 많이 발견되고 있다.

순천 대곡리·우산리·구산리, 남원 고죽동 주거지에서는 공렬문 토기나 구순각목 토기가 출토되어 동북 지방의 토기 문화가 동해안과 남해안을 통해 유입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기류는 석검·석촉·석도류·유구 석부 등 다양하다. 석검은 섬진강 유역에서는 주로 유경식이 유행하며, 순천 우산리 내우에서는 관옥과 공반 출토되었다. 석촉은 유경식이 주로 출토되었다. 석검과 석촉이 공반되는 예는 보성 덕치리, 죽산리 고인돌에서 보이고, 특히, 덕치리 고인돌에서는 요령식 동검과 공반 출토되었다. 석도류는 남원 고죽동, 승주 대곡리 주거지에서 반월형 석도가 출토되었으며, 곡성 연반리, 승주 우산리 내우, 보성 덕치리 고인돌에서는 삼각형 석도가 출토되었다.

청동기시대의 묘제는 고인돌이 주를 이루며 석관묘나 토광묘도 보인다. 그러나 섬진강 유역에서는 고인돌이 주류를 이룬다.

[성격]

남원 고죽동 유적의 주거지 형태가 말각방형인 반면, 남원 지역을 흐르는 섬진강 유역의 주거지군의 형태는 원형이나 타원형에 중앙에 기둥 구멍이 있는 송국리형이 많은 편이다. 이 지역의 주거지군과 고인돌군은 부여 송국리형 문화와 관련하여 비교해 볼 수 있다.

청동기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전의 빠른 시기에 많이 출토되는 무문 토기류, 석도류, 유구 석부 등의 연대는 부여 송국리와 같이 기원전 7~6세기 전후로 볼 수 있다. 또한 섬진강 중·하류역은 채문 토기와 삼각형 석도가 출토되는 경상남도 서부 지방과 공통되며, 송국리형 주거지와 유경식 석검 등이 출토되는 일본 구주 지역과도 연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