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최초의 고인류가 등장한 때부터 약 1만년 전까지에 해당하는 시기로, 뗀석기를 도구로 만들어 사용한 시대.

[유적과 유물의 분포]

구석기시대는 전기(10만년 전), 중기(10만-3만년 전), 후기(3만-1만년 전)로 구분된다. 남원 지역에서 발견된 구석기시대 유물은 대강면 방산리 방산마을 논 경작지에서 유문암 석기 1점, 송동면 신평리 신기마을 장구천 일대의 구릉에서 석기류, 아영면 갈계리 갈계마을 북동 구릉에서 석기편 1점, 주생면 제천리 제천제 서편 구릉에서 박편 석기편, 미완성 석기편 등이 수습되었다. 구석기시대 유적은 현재까지 지표 조사를 통해 4개소가 확인되었으며, 아직 정식으로 조사된 유적은 없다.

남원 지역을 흐르는 섬진강 유역에서는 순천 우산리 곡천 유적·죽내리 유적·화순 사수리 대전 유적에서 중기 구석기시대의 존재가 보고되었다.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으로는 순천 우산리 곡천 유적·죽내리 유적·덕산리 죽산 유적·화순 대전 유적·신평리 금평 유적·곡성 송전리 유적 등이 조사되었다.

[문화상]

중기 구석기시대 문화층에서 출토된 석기는 주로 석영암을 이용해 1차 가공에 의한 석기 제작을 하였으며, 주먹도끼·찍개·긁개·찌르개 등의 일반적인 도구가 많이 출토되었다. 순천 우산리 곡천 유적에서 출토된 주먹도끼는 유럽의 아슐리안 형식의 전통을 잇는 무스테리안 형식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유적은 연천의 한탄강변의 전곡리 유적과 남계리 유적 등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

남원 지역을 흐르는 섬진강 유역의 구석기시대 유적은 대부분 후기 유적이다. 유적의 입지는 완신세가 시작되기 직전에 형성된 하안 단구면 또는 길게 뻗어 내린 산자락의 끝의 구릉 위에 주로 형성되어 있다. 섬진강 유역에서 출토된 석기 중에 주목할 만한 것은 세석인 석핵(細石刃 石核)·유경 첨두기(有莖 尖頭器)·배모양 석기 등이 있다.

세석인 석핵은 시베리아·중국·연해주를 포함한 극동 지방·일본 등지에 폭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한반도 내에서도 평양 만달리·단양 수양개·공주 석장리 등의 유적에서 출토되었다. 순천 우산리 곡천 유적과 덕산리 죽산 유적에서 출토된 유경 첨두기도 일본 큐슈[九州]로의 이동 경로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다.

[성격]

섬진강 유역에서 출토된 석기 중에는 후기 구석기시대에 동아시아의 폭넓은 지역에서 유행하는 것들이 많다. 먼저 순천 우산리 곡천 유적과 덕산리 죽산 유적에서 출토된 유경 첨두기는 각각 1점에 지나지 않지만 계보를 밝힐 수 있는 유물이다.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는 유경 첨두기로 분류되는 석기가 48점 보고되어 있다.

이러한 석기 제작 기법은 단양 수양개 유적 외에도 대륙의 우스티노프카와 쪼우꼬띠엔[周口店] 등지에서도 발견되며, 일본 큐슈에서 많이 출토되는 박편 첨두기(剝片 尖頭器)와도 강한 공통점이 있다. 일본에서의 연대는 2만년 전으로 비정되며, 이 시기는 최후의 빙하기에서도 가장 추운 시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우산리 곡천 유적·덕산리 죽산 유적·단양 수양개 유적에서 출토된 유경 첨두기의 연대도 이와 비슷한 시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섬진강 유역에서 세석인과 세석인 석핵, 쐐기형 석핵 등은 곡성 송전리 유적·덕산리 죽산 유적·우산리 곡천 유적·화순 대전 유적·신평리 금평 유적 등에서 출토되고 있다. 쐐기형 석핵은 이 지역들과 가깝게 위치한 거창 임불리 유적·공주 석장리 유적·평양의 만달리 유적에서도 확인되었으며,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는 50여 점 정도가 출토되었다. 이 석핵은 중국 동북부 지역의 후토우량[虎頭梁] 유적과 하이랄쓴산[海拉爾松山] 유적에서도 배모양 석기, 찌르개 등과 함께 출토되었다.

이와 같은 세석인 문화는 2만년 전에 시베리아의 아르단강 유역과 바이칼호 주변에서 발생하여 1만 5,000년 전경에는 한반도에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는 석기 문화이다. 섬진강 유역의 후기 구석기 문화인은 가깝게는 거창 임불리 유적, 단양 수양개 유적과 관련되고, 더 나아가서는 중국의 동북부 및 황하 중류역과 일본 큐슈 지역에까지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