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 못해. 할 말두 읎구 …”

토산품 공동판매장 할매집을 찾아 갔을 때 처음 보인 반응이다. 머리를 깨끗하게 뒤로 벗어 넘겨서인지 깔끔하면서도 인상이 강하다. 짐작했던 성격대로다.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자세이다. 허나 조금 얘기를 나누다 보니 참 여리다. 마음이 곱다. 억지로 감추려다 보니 강해 보일 뿐이었다.

최재희 씨는 본래 안동이 본가란다. 자세한 얘기는 피하고 싶은 눈치이지만 순간순간 틈을 보인다. “중매 결혼해 적응해 사느라 증말 힘들었어요. 첨엔 증말 못살겠드라고 … 산지 사방이 산이고 하늘만 빠꼼한기 …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와보니 농사를 짓는데 안 해본 일이라 묻고, 배우고, 어이구 … 말을 안해 그렇지 증말 눈물 나 !” 그러면서도 슬그머니 ‘바깥어른’이 좋아서 사셨단다. 지금은 ‘바깥어른(지순길 씨)’이 10년 전에 돌아 가셔서 혼자 산다. 토산품 판매는 세계사 앞에서부터 지금까지 한 13년 정도 했단다. 더덕, 취, 다래순, 곰취, 황기, 둥글레, 칡, 누릎, 오가피, 오미자, 구기자, 고본주, 도라지 등 약초와 도토리묵, 동동주, 빈대떡 등의 토속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5남매를 낳아 키워 지금은 청주에 3남매, 충주에 2남매가 각기 결혼해서 분가를 했다고 한다. 얼핏 대견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가장 존경하는 이는 시어머니로 마음이 넓고 인자하셨다고 한다. 자식들은 여름이면 휴가를 집으로 온단다. 한옥마을에서 민박을 했기 때문에 방이 많고 여기가 쉬러 오는 곳인데 어딜 가겠냐며 웃는다. 그러기에 특별히 자식들을 모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마을에서 열심히 사는 아주머니로 소문이 나 있다. “내가 뭘 열심히 살어!” 하면서도 미륵리 부녀회장만 11년을 보았단다. 재직 연도를 기억 못한다. 그런 것이 뭐 필요하냐는 식이다. 그냥 ‘하다가 쉬다가 또 하다’ 그렇게 11년을 했단다. 지금은 양연학 씨가 부녀회장을 보고 있다. 같이 활동하던 노상심 씨가 한마디 한다. “마음이 꿋꿋하구요 변덕이 없어요. 존경할 만큼 잘 봤어요” 마을 일을 보는 자체가 힘든 일인데 최재희 씨는 오로지 ‘사람은 끌어안아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일을 보았다고 한다.

백두대간 사업으로 지원이 나오는 것이 있는데 마을에서 접으려고 하는 것을 부녀회에서 맡아 냉동창고를 지었단다. 서로 사는 것이 힘든 입장에서 일을 추진하기 위하여 마을 부녀들을 규합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설득하고 또 발품 팔아 설득하느라 애를 많이 썼단다. 지금은 수안보 농협에 임대를 주어 임대료가 부녀회 통장으로 꼬박꼬박 들어온다고 뿌듯해 한다.

또 농협중앙회를 통하여 서울 남부권 경찰서 4곳과 자매 결연을 맺어 1년에 2번씩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일손 돕기도 하고 특산품 판매장에서 더덕, 산나물 등을 구입해 간단다. 2007년도에는 미륵리가 우수 마을로 선정되어 2000만원의 상금이 나와 비닐하우스 150평을 건립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해 살려고 한다는 최재희 씨. 열심히 살았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고 싶다고 말한다.

[정보제공]

• •  최재희((여, 할매집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