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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관 양반과 사냥꾼」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700711
한자 -兩班-
영어음역 Mogwan Yangbangwa Sanyangkkun
영어의미역 Nobleman of Mogwan and a Hunter; The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작품/설화
지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집필자 허남춘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민담|소화(笑話)
주요 등장인물 모관 양반|부인|사냥꾼
관련지명 모관
모티프 유형 거짓말 사기담|봉이 김선달형 설화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서 괴짜 양반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모관 양반과 사냥꾼」은 괴짜 양반이 어리숙한 사람들을 속인다는 이야기로, 민담의 소화(笑話) 중 사기담의 일종이다. 속이는 내용도 그렇거니와 과정 역시 큰 악의가 없이 심심풀이삼아 사람들을 놀리는 재미로 거짓말을 일삼는 양반의 태도가 흥미롭다.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광포 설화의 하나이다.

[채록/수집상황]

1957년 12월 제주시 오라동에 사는 고홍규가 구연한 것을 진성기가 채록하여, 1968년에 출판한 『남국의 전설』에 실었다. 1972년에 출판된 『한국의 전설』에도 「모관 양반과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실려 있다.

[내용]

옛날에는 제주를 모관이라 하였는데, 이 모관이란 곳에 괴짜 양반이 한 명 살았다. 이 모관 양반이 하루는 무슨 일로 길을 떠났다가 날이 어둑어둑할 무렵 한 시골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 모관 양반이, “허, 날이 너무 저물어서 어디다 숙소를 정해야 할 텐데.” 하고 중얼거리며 아낙네들이 빙 둘러서서 방아를 찧고 있는 곳을 지날 때였다.

아낙네들 곁에 서 있던 예닐곱 살쯤 됨직한 계집아이가 모관 양반을 보더니, “아줌마, 아저씨가 오셔요!” 하고 소리쳤다. “아직 올 때가 아닌데…….” 하고 계집아이의 주인인 듯한 아낙네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날이 어두컴컴하니 잘 보이지 않는지라, 계집아이가 맞다고 하니까 그러려니 하였다. 그래서 계집아이한테 아저씨와 함께 집으로 먼저 가라고 일렀다. 모관 양반은 내심 ‘옳거니! 하룻밤 편히 쉴 수 있겠구나.’ 하였다.

계집아이가 앞장서서 들어간 집에는 나이 많은 노부부가 있었다. 계집아이가 “아저씨가 오셨어요.” 하니까 호롱불이 켜져 있어도 눈이 잘 안 보이니까 “아이고 어서 오시게.” 하고 모관 양반을 맞아들였다.

양반은 넙죽 엎드려 절을 올리며 능청스럽게, “빙장 어른,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하고 사위인 양 문안을 했다. 그렇게 하룻밤 사위가 된 모관 양반은 잘 차린 저녁상을 받고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비워 버렸다. 그때 아낙네가 돌아왔는데, 양반이 턱 하니 제 방에 앉아 식사까지 하고 있으므로 남편이려니 생각하고 그럭저럭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아낙네는 소스라칠 듯이 놀랐다. 아무리 봐도 외간 남자와 잠자리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곧 집안이 발칵 뒤집혔으나 모관 양반은 태연히 노부부에게 아침 문안인사까지 드리는 것이었다.

“빙장 어른, 아침부터 집안이 왜 이렇게 수선스럽습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영감은 욱하는 성미에 한바탕 주먹질이라도 해서 내쫓고 싶었지만, 그러다 혹시 이웃의 눈에 띌까 두려워서, “여러 말할 것 없고, 이 집에서 어서 나가게.” 하고 화를 꾹 누르며 말하였다.

그 말에 모관 양반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의관을 정제하면서, “언제는 사위라더니 이젠 나가라……. 관가에 가서 하소연이나 해볼까.” 한다. 이 말에 영감은 물론이고 온 집안사람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하여 암소 한 마리와 대나무 한 짐, 사모관대 한 벌을 내놓으라는 모관 양반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하룻밤 사이에 큰 재물을 얻게 된 모관 양반이 의기양양, 한 마을을 지나가는데 뉘 집에 혼사가 있는지 온 마을이 부산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옳지, 또 한 번 놀아 볼까.’ 하고 모관 양반은 사모관대 차림으로 신부집 대문을 썩 들어섰다. 운좋게도 신랑이 아직 오지 않은데다 마침 신부집에선 신랑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신부집에선 신랑이 도착한 줄 알고 자리로 안내한다 상을 받게 한다 하며 법석을 떨었다. 모관 양반이 군말 없이 넉살 좋게 들어앉아 상을 받고 있는데 진짜 신랑이 들어오니, “신랑이 둘이다!” 하고 소동이 벌어지고 언성이 높아졌다. 결국 모관 양반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된 신부측 사람들이 노발대발하며 모관 양반에게 덤벼들었다.

그런데 얌전히 당할 모관 양반이 아니다. “허허, 딸 하나에 신랑이 둘이라. 언제 내가 신랑이라고 했던가. 임자들이 법석을 떨어 놓고 이제 와서 행패를 부리다니!” 하면서 금방이라도 관가에 달려갈 태세다. 도둑이 몽둥이를 든다는 격이었지만 일이 알려지면 신부측만 망신살이 뻗칠 일이었다. 결국 그럭저럭 흥정이 되어 모관 양반은 후한 점심 대접과 함께 얼마간 쥐어 주는 돈을 받아들고, “허허, 감사하외다. 내 이 일은 입 밖에 내지 않을 터니…….” 하면서 유유히 신부집을 나왔다.

모관 양반은 기분 좋게 길을 떠났다. 유람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걷다가 산중에서 밥을 먹고 있는 사냥꾼 세 사람을 만났다. 마침 신부집에서 싸준 밥그릇이 생각나서 사냥꾼들 옆에 앉으며 열었는데, 덩그라니 목침 한 개가 들어 있다. ‘에잇, 속았구나.’ 하고 화가 나서 목침을 냅다 집어던졌더니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목침에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벌렁 나자빠진 것이다.

“아니, 거 무슨 목침이 그토록 굉장합니까? 저 커다란 멧돼지가 그래…….”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한 사냥꾼들의 말에 모관 양반은 짐짓 능청을 떨었다. 즉 그 목침이야말로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가보로서, 마음만 먹으면 어떠한 물건이라도 반드시 맞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냥꾼들이 보기에 그것보다 신기한 물건이 없었다. 파니 안 파니 하면서 설왕설래 입씨름을 벌이다가, 모관 양반은 크게 선심이나 쓰는 듯 거드름을 피우면서 비싼 돈을 받고 목침을 넘겨주었다. “으흠! 세상에 가보를 파는 법은 없는 거요. 돈이 탐나서가 아니라 당신네들 성화를 견디지 못하여 팔긴 팔았소만 아무튼 큰 횡재를 한 줄이나 아시오!”

양반은 이렇게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해놓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무래도 뒤가 켕긴다. 그래서 아내한테 처마 끝에 벼이삭을 하나 꽂아 둔 다음 이렇게저렇게 하라고 일렀다. 아니나 다를까, 한나절도 안 되어 화가 잔뜩 난 사냥꾼들이 몰려왔다. “이 사기꾼 같으니라구! 당신 목침에 애꿎은 우리 어머니만 돌아가셨소. 이 일을 어찌 할 테요?”

모관 양반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으면서. “그래서 내가 안 팔겠다고 하지 않았소? 그것이 우리 집 안에서만 효험이 있는 모양인데, 자세히 생각도 않고 덜컥 사간 사람들이 잘못한 게지.” 하고는 슬쩍 말머리를 돌려 부인에게, “여보, 손님들 시장하시겠소. 어서 점심이나 좀 차려 오시오.” 하였다.

아내가 처마 끝에 꽂힌 벼이삭을 쳐다보며 “몇 알이나 놓을까요?” 하고 묻자 모관 양반은 “손님 세 분이면 뻔히 몇 알이 있어야겠다는 걸 알 수 있잖소.” 한다. 모관 양반의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벼 한 알을 따서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떡 벌어지게 한상 차려왔다.

사냥꾼들은 배불리 쌀밥을 먹고 나서 선망의 눈초리로 처마 끝에 꽂힌 벼이삭을 쳐다보았다. ‘벼 한 알을 가지고 이렇게 몇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목침은 까맣게 잊고 벼이삭을 팔라고 흥정을 벌이기 시작했다. 모관 양반은 이번에도 파니 안 파니 몇 번 튕기다가 마지못한 듯 많은 돈을 받고 벼이삭을 팔았다.

사냥꾼들이 돌아가자 모관 양반은 다시 아내를 부른 다음 떡을 만들어서 마당의 나뭇가지마다 꽂아 두라고 했다. 이윽고 사냥꾼들이 다시 몰려오자 모관 양반은 아내한테, “여보, 떡 좀 꺾어 오구려.” 하고 시켰다. 사냥꾼들은 이번에도 모관 양반에게 속아서 비싼 값을 치르고 떡나무를 사갔다.

사냥꾼들이 다시 들이닥칠 즈음 모관 양반은 죽은 듯이 드러누워 있었다. 모관 양반의 아내는 사냥꾼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대성통곡을 하며 “아이고, 이를 어쩌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을 모조리 팔아먹었으니 천벌을 받은 게지…….” 하였다. 그러고는 허리춤에서 피리를 한 자루 꺼내며,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걸 좀 불어 주세요. 죽은 사람을 살리는 피리랍니다.” 하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았지만 울면서 하는 부탁이나 들어 주지 않을 수가 없어서 그 중 한 사냥꾼이 마지못해 피리를 받아들었다. 그러고는 한 번 불라치는데 죽었다던 모관 양반이 벌떡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다. “아하, 잘 잤다. 아니, 당신네들은 또 무슨 일로 온 거요?”

그렇게 하여 이번에도 비싼 값에 피리를 판 모관 양반은 급히 관을 하나 만들고는 그 속에 누웠다. 모관 양반의 아내는 사냥꾼들이 올 때쯤 관을 묻고는 사냥꾼들을 무덤으로 데리고 갔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속은 것이 분했던 사냥꾼들은 무덤 위에 똥이라도 싸주려고 제각기 엉덩이를 까고 앉았다

그런데 엉덩이를 무덤에 들이댔던 사냥꾼들은 “으악!” 소리를 지르면서 벌떡 일어났다가 푹 쓰러지고 말았다. 모관 양반이 무덤 속에서 불에 달군 인두를 준비하고 있다가 사냥꾼들의 엉덩이에 ‘노(奴)자’ 도장을 찍어 버린 것이다. 그러고는 관가로 가서는 “종놈 셋이서 작당을 하여 괴롭히니 선처해 주십시오.” 하고 진정을 했다. 엉덩이에 찍힌 노(奴)자 도장 덕에 하루아침에 사냥꾼들은 모관 양반의 종이 되었으나, 모관 양반이 멀리 다른 지방에 가서 살면 종으로 삼지는 않겠다는 말에 그것만도 고마워서 아무 소리 못하고 멀리 떠났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모관 양반과 사냥꾼」은 간교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놀리는 소화(笑話)로,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는 민담이다. 「모관 양반과 사냥꾼」에서 모관 양반은 어두운 밤에 남편인 척하며 외간 여인과 하룻밤을 지내고 재물을 얻는가 하면 사모관대를 하고 새신랑 흉내를 내며 대접을 받는다.

이렇듯 「모관 양반과 사냥꾼」의 이야기 전반부는 거짓말 사기담이나 후반부는 봉이 김선달형 설화와 같은 이야기 구조로 사냥꾼들을 속여 넘기는 일화로 이루어져 있다. 어리석은 사냥꾼들을 연속하여 속이는 모관 양반의 장난스런 행동에 골계미가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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