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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702700
한자 濟州-土種黑-
영어음역 Jejuui Tojong Heukdwaeji
영어의미역 Jeju black pig
이칭/별칭 도새기,돗,도야지,되야지,뒈야지
분야 생활·민속/생활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집필자 오영주

[개설]

제주 토종 흑돼지는 아주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제주의 기후와 풍토 조건에 잘 적응하여 자연 선발, 사육되어온 짐승 중 가장 대표적인 재래 가축이다. 제주도에서 돼지는 농사에 필요한 거름 생산과 더불어 식생활에서 여러 모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왔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농가마다 변소에 우리를 돌담으로 둘러 터를 잡은 ‘돗통’[또는 ‘돗통시’]에다 돼지를 한 마리씩 사육하였다. 이러한 ‘돗통시 문화’는 관광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관광객들에게 부끄럽고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비춰지기도 하였다. 그래서 행정 당국에서는 재래식 변소 추방 운동을 제주 새마을 운동의 핵심 사업으로 전개하였고, 이로 인해 돗통은 대대적으로 개량 변소로 개조되었다.

또한 외국에서 도입된 돼지와 재래종 흑돼지의 교잡이 성행하면서 제주의 토종 흑돼지는 사육 두수가 급격히 감소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도 ‘큰일’(잔치 또는 제례)에 돼지고기 요리가 빠지는 법이 없는 것을 보면, 제주인의 음식 문화 속에 돼지 요리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하겠다.

[돼지고기 요리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돼지고기 요리가 제주에서 발달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육지에서 고기라고 하면 쇠고기를 가리키나 제주에서는 돼지고기를 가리킨다. 제주 의례식은 돼지에서 시작해서 돼지로 끝난다고 할 정도이다. 족, 내장 등등 돼지의 모든 부분을 사용한다. 돼지고기는 삶음, 국은 해조와 나물을 함께 조리하는 수가 많고 제주 행사 요리의 주가 되고 있다. 포제와 같은 마을제는 희생(犧牲)이라 하여 털과 내장을 제거하여 요리하지 않은 것 한 마리 전체를 제단에 바친다. 유교식 제례뿐만 아니라 무속 제의에도 돼지고기가 중요시되었다.

특히 돼지는 다산과 생산의 주술적 의미로서 중히 취급되었다. 토산 일렛당의 경우, 여신이 돼지 발자국에 고인 물을 빨아먹고 일곱 쌍둥이를 낳았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통째로 먹는 세화리당 장수신인 금상님이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하고 금백조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장수의 거구를 지탱하기에 채식으로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마을의 결혼식을 앞두고 돼지머리를 ‘이버디’(이바지)로 받는 것을 허락받아서 돼지고기를 대접하면, 잔칫날 하객들이 배탈 설사를 막아준다고 한다. ‘서낭풀이굿’에서는 자릿도새기(이유한 어린 돼지)를 상에 올리지는 않고 데려다가 굿을 한다. 도채비들은 돼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귀신 붙은 것을 떼어내기 위해서 사용한다.

제의가 끝날 즈음에 돼지를 잡아서 간과 머리는 짚으로 엮어 만든 배에 실어서 바다에 띄워 보내고 몸통은 삶아서 음복한다. 김녕의 괴네깃당의 본풀이에는 “우리는 밥도 장군 떡도 장군 괴기(고기)도 장군 술도 장군. 이영(이렇게) 먹고 산다”라고 노래한다. 이 궤네기당에서는 ‘돗제’라 하여 1년에 한번씩 모든 집에서 돼지 한 마리씩 잡아서 제물로 올렸다. 돗제가 끝나면 돼지고기로 죽을 쑤어 굿을 보러온 이웃들과 나누어 먹었다.

여기서 큰 제의에 쓰이는 돼지고기는 날 것이라는데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Levi-Strauss)가 요리의 삼각형 모델(culinary triangle)에서 지적했듯이, 불에 덜 가한 것일수록 자연에 더 가깝고 원초적이며 순수한 것이므로 신에게 바치는 제물은 날 것이 정당한 것이라는 점과 일치함을 엿볼 수 있다.

[흑돼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제주 흑돼지는 우선 눈이 초롱초롱하고 동작이 빠르며 사람을 잘 알아본다는 점에서 행동이 둔한 요즘 비만형 개량종 돼지와는 구분이 된다. 사람의 인기척이 나면 바로 집에서 뛰어 나오고 인분도 먹어야 될 것과 말아야 될 것을 잘 구분해내며 성격도 비교적 온순한 편이다. 일부 돼지는 우리 밖으로 잘 넘어와서 허리를 밧줄로 묶어두거나 철사 줄로 코걸이를 하여 성질을 누그러뜨리기도 한다.

제주 재래 돼지의 털색은 까만색이며 모발은 굵고 긴 거친 조강모이고 아주 밀생되어 있다. 얼굴의 입과 코는 가늘고 길며 코끝은 좁고 귀는 짧고 기립해 있으며 안면과 콧등에 종(從)으로 주름져있다. 주름진 복부는 늘어져 있고 등허리는 쳐져있다.

체위는 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암컷의 경우 체고가 71.5㎝, 체장 86.8㎝, 배고 73㎝, 고고 77.7㎝, 흉위 128㎝, 흉심 45㎝, 두장 23.4㎝, 두폭 14.8㎝, 두위 89㎝, 전관위 18.6㎝, 이장 16.6㎝, 이위 20㎝이다.

수컷은 체고가 70㎝, 체장 93㎝, 배고 70㎝, 고고 74㎝, 흉위 125.5㎝, 흉심 43㎝, 두장 25.5㎝, 두폭 15㎝, 두위 87㎝, 전관위 19㎝, 이장 18.5㎝, 이위 28㎝ 등으로 이위와 체장이 암컷보다 수컷이 더 크고 반면 고고는 3.7㎝ 정도 더 크다. 체중은 보통 6개월 령의 경우 약 57㎏ 정도로 일반 돼지의 65% 정도 수준이다. 등지방 두께는 3~4㎝으로 두꺼운 편이나 육질이 좋다.

제주 토종 흑돼지는 도입종 돼지에 비하여 번식 능력과 발육 능력이 다소 낮다. 번식을 위한 발정은 7~8개월 정도이고 밀집된 현대식 우리에서 사육하는 것보다 재래식 방사형 우리 사육 형태가 더 빨리 나타난다. 암컷(젖꼭지 수 10~12개)의 번식능력은 7.3두 정도 새끼를 분만하며, 생시체중은 1㎏, 포유기간 40일, 이유시 체중 6.2㎏, 임신기간 111~113일, 번식간격 128일 등이다.

특히 재래종은 개량 돼지에 비하여 3마리 정도 적게 분만하며, 비육 기간도 배 이상 길다. 그러나 모성애가 아주 강하며 포유 기간이 개량 돼지는 24일인데 반하여 재래종은 40일로 매우 길다.

재래 돼지의 발육은 21령 체중 4.1㎏, 187일령 73.8㎏으로 일반 돼지에 비해 65~70% 수준이다. 일당 체중 증가량은 0.15~0.4㎏ 정도로 일반 돼지의 절반 이하의 수준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제주 풍토에 잘 적응하여 왔기 때문에 체질이 강건하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강하고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어치운다.

[흑돼지의 생활 공간, 돗통은 어떻게 구성되었을까]

돗통은 정지와 반대쪽 또는 안거리 정지와 멀리 떨어진 밖거리 집 옆에 즉, 마당에서 직접 보이지 않는 공간에 위치한다. 돗통은 대소변을 보는 공간 시설인 변소(1/2평 내외), 돼지가 기거하는 집인 돼지막(약 1평), 그리고 돼지가 활동하는 마당(3~5평) 등으로 구성된다.

돗통은 돼지의 라이프 동선을 고려하여 서로 유기적인 공간 배치를 이루고 있다. 용변을 보는 변소는 이층 구조를 이루어 위층은 웅크리고 앉아서 배변을 볼 수 있도록 장방형 변기와 같은 시설을 갖춘 공간 ‘디딜팡’이고, 아래층은 돼지가 인분을 받아먹는 곳이다.

변소의 위층은 반개방형으로 지붕이 없으나 입구를 제외한 삼방은 앉은 키 만큼 돌담으로 둘려 있다. 폐쇄식 변소와는 달리 돼지가 인분을 먹어 치우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고 구더기가 없다.

돼지막은 돌로 담을 두르고 ‘새’(띠)로 노람지식 지붕을 이은 집으로 돼지가 잠자고 쉬는 공간이다. 그리고 돼지가 활동하는 장소인 돼지통은 지하 2m 내외의 깊이로 파서 만든 원형 공간이며, 거기에 먹이통인 돌 돗도고리가 한 쪽에 놓여있고 다른 한 쪽에는 돼지가 스스로 특정 장소를 정해서 배변을 본다.

돼지통에는 소들이 먹다 남은 ‘쇠촐’(소의 꼴)과 분변으로 채워 넣는데, 보통겨울철 쇠막에 마소를 메어두는데 3~4번 정도 쇠거름을 낸다. 이 쇠거름은 돗통에서 돼지의 분변과 함께 다음 보리 파종기까지 오랜 기간 발효 과정을 거치면 ‘돗거름’으로 변한다.

[돗통시는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돗통시는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리고 먹거리를 제공하여 지속가능한 자연순환형 사회를 형성하는 터전이다. 돗통에서 돼지는 인간 배설물의 처리(인분), 식생활의 각종 폐기물 처리(설거지 물, 보리쌀 씻은 물) 그리고 퇴비(‘돗걸름’)의 생산(쇠똥, 소꼴의 찌거기 등 쇠거름의 발효) 등에 관여하고, 결국에는 자신은 비육되어 의례 및 추렴의 음식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돗통시의 이러한 기능은 투입 및 산출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특히 자원의 재순환(리사이클링) 즉, 다기능 복합적 생활 기술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제주도는 지질 특성상 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어 인분과 생활 쓰레기들을 잘 처리하지 않으면 이들에서 나오는 침출수에 의해 지하수 오염이 심각해질 수 있다.

돼지가 인분과 음식 폐기물을 먹어 치우고 쇠막에서 나오는 축산 폐기물을 돗통에서 발효시켜 유기질 비료를 생산함으로써 제주도의 지하수를 지켜왔던 것이다. 만약 오래 전에 제주도에 돗통시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깨끗한 제주 삼다수는 기대할 수 없다.

요즘 제주시에서 하루에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만 해도 5톤 트럭으로 20대가 넘는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이나 소각 처리시 악취 발생, 침출수 과다 발생 그리고 소각 처리 효율의 저하 등 때문에 골칫거리이다. 새마을운동으로 ‘돗통시’를 냄새나고 부끄러운 것으로 비춰지면서 추방 사업을 전개하면서 이제는 없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나 크게 우리에게 다고오고 있음을 볼 때, 우리 선인들의 돗통시 문화에 대한 지혜가 부럽기만 하다.

[흑돼지는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돼지가 먹는 장소에 따라 주인이 돗도고리에다 마련해주는 ‘것’, 돗통에다 던져주는 폐기물, 그리고 뒷간에서 식구들이 배설한 인분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도새기것은 구정물에 곡물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긴 겨와 가루(보릿겨, 조채, 밧벼겨, 쭉정이 등등)를 혼합한 개역과도 같은 것이었다.

구정물은 보리쌀을 씻어낸 물과 설거지하거나 다 남은 찌꺼기가 담긴 물로 돗것항에다 한데 모아둔다. 여기에 음식물을 다듬거나 먹고 남은 폐기물도 모두 합쳐둔다. 결국 부엌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구정물 통이다. 이렇게 구정물에다 곡물 부산물을 타서 돼지에게 먹이는 것을 ‘도새기 것 준다’라고 한다.

그 외에도 1900년대 초 제주도에 고구마 전분 공장이 생기면서 ‘전분주시’(전분박)를 돼지 먹이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도새기 것 주는 것은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세끼이다. 한편 때에 따라서 돗통에다 던져주는 것은 고구마 줄기, 구감(씨고구마에 싹을 길러 줄기심기를 끝낸 후의 고구마), 콩깍지, 바람 든 무나 배추 겉잎이 있었다. 이렇듯 돼지는 식생활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깨끗하게 처리해 주는 매개체였다.

[인분은 흑돼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보통 아침에 배변을 보게 되므로 돼지의 일과는 인분을 먹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하겠다. 당시 성인 인분의 중량은 약 300g내외였으므로 5인 가족의 경우 하루 배변 총량은 1.5㎏이 훨씬 넘는다. 요즘 현대인들에 비해 1인 기준으로 100g 정도 더 많았다. 이는 섬유질이 많은 잡곡밥과 채소 등 채식중심의 식생활을 영위했었기 때문이다.

돼지는 사람이 인분을 배출하는 순간 공중에서 바로 받아먹었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놀라는 경우가 많아 디딜팡 옆에는 돼지의 접근을 막기 위해 막대기를 하나씩 준비해두곤 하였다. 인분은 수분을 제외한 고형분의 2/3는 미생물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 종류는 무려 500여 종이고 수는 1g당 10조 마리를 헤아린다.

그런데 이 세균들 중 일부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바로 사멸하는 균들이 많다. 돼지는 배출과 함께 순식간에 먹어치우기 때문에 인분에 들어있는 생균을 온전히 먹게 되는 셈이다. 이들 균에는 인간에 해로운 균도 있지만, 당시 제주인들은 채식 중심의 식생활을 했기 때문에 유익균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돼지는 본능적으로 인분을 아무거나 먹지 않고 선별적으로 택했다. 간혹 설사변이 있을 경우는 받아먹지 않고 곧바로 돼지막으로 돌아가 버리고 냄새 좋고 맛있는 변만 받아먹었다. 건강인의 변에 들어있는 미생물은 대장의 건강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인간의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넘어온 식품 섬유소를 장세균들이 분해하여 자신의 영양분으로 삼아 부패성 또는 병원성 세균의 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숙주인 인간에게 유익한 물질을 생산하여 대장암을 비롯한 각종 장질환을 예방하는데 일등공신으로 공생관계를 유지시킨다. 한편 인분이 돼지에게 이로운 점은 다양하다.

첫째, 살아있는 유산균을 비롯한 각종 생균을 먹기 때문에 돼지의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강해진다. 둘째, 인분에는 미생물에 의해서 생합성된 각종 비타민이 존재하기 때문에 돼지의 비타민 영양 공급에 중요하다. 셋째, 인분의 생균은 돼지의 장내용물이 부패되는 것을 막아 암모니아와 같은 악취의 생성을 줄여준다. 이렇듯 돼지는 인분을 먹어치움으로써 돼지의 영양과 건강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돗통에 구더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냄새를 제거함으로써 환경 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제주인들은 흑돼지를 어떻게 도축하였나]

1. 도살 전 처리

도살용 돼지는 도살 전 12시간 절식 및 안정화시킨다. 도살 전날 먹이를 많이 주면 창자가 더러워 맛이 없다고 하였다. 이때 설거지를 한 물만 주며, 물을 많이 먹일수록 피가 많아진다고 하여 가급적 많이 먹이도록 하였다.

돼지는 도축하기 전에 기생충이 감염되어 있는지 검사하여야 한다. 특히 선모충이 심하게 감염된 돼지는 구강의 혀 밑에 이 충이 박혀있는 것을 육안으로 판별할 수 있다. 제주의 돼지우리에서 사육된 돼지는 중간 숙주로서 선모충에 감염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생식하거나 덜 익힌 고기를 섭식하여 경구감염 환자들이 많았다.

돼지의 도살은 목을 매달아 호흡을 끓어 절명시킨 후 털을 그을려 상피를 긁어냄으로써 이루어진다. 우선 ‘돗통’에서 돼지의 목에 ‘쇠앗배’(신선란으로 만든 소 밧줄)로 걸어 밖으로 끌어내어 집어귀의 큰 나무 옆으로 몰고 간다. 쇠앗배를 큰 나무의 단단한 가지 사이로 넣은 다음 남정들이 힘을 모아 잡아 당겨 목을 달아맨다. 괴성을 지르면서 발버둥치다가 잠잠해지기 시작하면 손으로 돌려 감아 털을 뺀다.

털뽑기가 끝나면 돼지를 땅으로 끌어내려 보리짚 위에 눕힌 다음 보리짚을 몸통에 얹어 불을 붙여 곳곳에 있는 잔털을 그을려 낸다. 그을린 돼지는 물을 뿌려가며 면도하듯 칼로 털과 오물을 깨끗이 긁어 벗겨낸다.

2. 해체법

일단 돼지를 깨끗이 정돈하여 물가로 실어가서 목동맥 또는 목 정맥을 절단하여 방혈시킨다. 피는 순대용으로 따로 받아둔다. 먼저 항문은 칼로 도려낸 다음 (돼지잡는 사람의 몫이며 정력제라 하여 가져감), 발톱을 뽑는다.

발톱은 보관해 두었다가 가루로 내어 죽을 쑤어 먹거나 탕으로 끓여 먹는데, 산모가 젖이 부족할 때 최유제(催乳劑)로 효과가 크다고 하여 민간요법제로 사용되어 왔다. 도체는 보통 일정한 해체법에 준해 절단된다. 등뼈, 갈비뼈, 골반골 및 창자가 기준이 된다. 순서는 전각(2쪽) → 후각(2쪽) → 머리 → 몸통 순으로 처리한다.

내장은 터지지 않게 잘 꺼낸다. 내장과 머리를 제외한 도체 부위는 12마디로 해체하며, 그 부위는 ‘목도르기’ 또는 ‘야가기’(목살), ‘서등’(2쪽) 또는 ‘일른’(등심), ‘밀케’ 또는 ‘짝꽝’, 앞다리(전각 2쪽), 뒷다리(후각 2), ‘갈리’(갈비 2쪽), ‘숭’ 또는 ‘일른’, ‘비피’(볼기짝) 등 12마디로 절단한다(머리는 제외시킴).

이중 제일 귀하게 여기는 부위는 목도르기, 후각, 전각, 숭, 서등 순이다. 제일 맛있는 부위로 치는 목도르기에 붙어있는 두꺼운 지방층을 ‘솔뒤’라고 하며 해체 장소에서 생으로 나누어 먹는다. 한편 내장 부위는 간, 북부기(허파), 태두(콩팥), 지레(지라), 메역귀 또는 간(횡격막), 지름, 쓸개, 백염(항문), 새(혀), 창도름(막창; 맹장), 큰창자, 배설(작은창자) 등으로 구분하며 쓸개는 돼지를 잡은 사람이 먹고 간은 함께 한 사람들이 조금씩 나누어 생으로 먹는다.

[제주인들은 흑돼지를 어떻게 조리하였을까]

부위별로 해체한 고기는 가마솥에 물과 함께 잠기도록 넣어 장작불로 삶아낸다. 삶은 고기는 꼬챙이로 찔러서 핏물이 나오면 덜 익은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다 익은 것이다. 익힌 고기는 꺼내어 충분히 방냉한 다음 새띄를 깔아 보관한다.

1. ‘수애’(순대) 만들기

제주도에서는 돼지순대를 ‘돗수애’(=돼지, 수애=순대) 또는 ‘수웨’라고 한다. 몽골에서는 순대를 ‘게데스’라고 부른다. 양의 피에 메밀가루, 부추, 야생 마늘과 소금을 혼합하여 양의 창자에 넣고 삶아낸다. 제주도의 수애 제법과 동일할 뿐만 아니라 양의 장과 혈을 사용한다는 점 외에 들어가는 재료는 동일하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이 점은 13세기 몽골이 탐라국에 몽골 국립목마장을 설치하면서 상당수의 몽골인들이 탐라에 정착하고 제주 여인들과 혼인도 하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당시 몽골의 육식 문화가 이곳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제주의 ‘수애’ 문화는 900년이 된다 하겠다.

제주 수애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돼지 내장은 한 팔의 크기(70~80㎝)로 잘라 왼손에 잡고 아래로 향하게 내려 오른손으로 위에서 밑으로 잡아 쓸어내려 장 내용물이 아래로 흘러내리게 한 후, 이를 다시 뒤집어 장 내부가 바깥쪽을 향하게 한다.

이것에 굵은 소금에 뿌려 주물럭거리고 난 후 흐르는 물에 빨래하듯 깨끗이 씻어 장 내용물과 점액질이 없게 한다. 도고리에 돈혈, 메밀가루(또는 는쟁이 가루나 보리가루), 부추(겨울철에는 잔파를 사용), 마늘(빻은 것), 소금 등을 넣고 손으로 잘 주물럭거려서 혼합한다. 이때 혼합물의 농도는 손에 혼합물을 떠서 위에서 밑으로 흘러내릴 정도면 된다(돼지 내장 1근에 돈혈 2사발과 메밀가루 1사발 정도면 족하다).

준비된 돼지 창자에 이 속 내용물을 그릇에 떠서 창자의 2/3정도 속을 채운 다음, 양쪽 끝을 가는 신선란으로 동여매어 돼지고기와 함께 물에 가마솥에서 삶아낸다. 내용물을 너무 많이 채우면 익히는 과정에서 터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순대가 익어가면서 전분질의 호화 및 단백질의 변성에 의해 팽창하여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삶는 과정에서 이따금씩 꼬챙이(새띄)로 찔러서 숨통을 열어 주어야한다.

다 익은 수애는 위로 떠오르고 꼬챙이(새띄)로 찔러서 핏물이 나오지 않으며 꺼내어 식힌 다음 썰어서 먹는다. 수애는 2종류가 있는데, ‘창도름’으로 만든 것을 막창수애(25~30㎝)라고 하며 두께가 두껍고 지방이 많아 씹힘성이 좋고 고소한 기름맛이 있어 고급으로 친다. 결혼 잔칫날 본주는 고기도감의 허락을 얻어 가장 귀중한 하객에게 ‘본주반 받아줍서’라고하며 식사 도중에 전달한다.

[흑돼지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

외국산 버크셔종이 제주도 내에 1940년대에 유입되면서 토종 흑돼지 사이에 교잡이 성행하기 시작하였고, 그 후 1970년대 새끼를 많이 낳고 고기량이 많은 랜드레이스, 듀록, 요크셔 등이 도입되자 토종 돼지의 사육 두수는 급격히 감소하였다. 2005년 말 현재 흑돼지는 57농가에서 불과 1만 9천두가 사육되고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

1986년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 멸종해가는 순수 혈통 흑돼지 암놈 4마리와 수놈 1마리(돼지 이름 ‘김문’으로 명명)를 복원하여 사육 분양에 들어갔다. 따라서 지금의 흑돼지는 ‘김문’의 후손인 셈이다. 최근 흑돼지의 맛이 인기를 끌면서 그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육지부의 식당에서 제주산 재래 돼지라고 판매하는 상당수 상호들이 가짜가 많아 제주도 축산 당국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급기야 도 당국에서는 지리적 원산지 표시제와 품질인증제(FCG, fresh clean green)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2003년 이래 또한 해마다 5월이면, 제주양돈축산업협동조합의 주관으로 ‘제주도세기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행사 내용은 ⓛ 볼거리: 테마농장, 돼지달리기, 노래자랑 ② 즐길거리: 도세기 월드컵, 도감대회, 사생대회 ③ 먹거리: 돼지고기 시식회, 전통 순대 ④ 살거리: 도내 기업장터, 돼지고기 등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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