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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제주자리돔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702125
한자 濟州人-正體性-代表-濟州-
영어의미역 Damselfish, native fish in jeju
이칭/별칭 자리,자돔
분야 지리/동식물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오영주

[개설]

제주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자리돔를 무척 선호하여 주요한 어획 대상물이 되어왔다. 자리돔으로 만든 요리 중 ‘자리물회’는 여름철 으뜸 음식으로 쳤으며, 자리돔으로 담근 자리젓은 제주인의 밥상에서 가장 흔한 밥반찬이었다. 타향에 나가 있는 제주인들은 초여름이 되면 자리돔 음식이 생각나서 향수에 젖을 만큼 자리돔은 제주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식품이다.

[자리돔의 생김새]

길이가 소형은 8㎝ 미만, 중형은 8~14㎝, 대형은 14~16㎝, 초대형은 18㎝ 이상으로 작은 어종이다. 몸은 타원형의 측편으로 되어 있으며, 체고는 높고 주둥이는 짧다. 어린 것은 다갈색을 띠고 성숙한 것은 자색(紫色)에서 흑갈색 사이의 색깔을 띤다.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어두운 색의 큰 반점이 있다. 배 부분은 연하며, 꼬리지느러미 윗쪽과 아래쪽에 각각 흑갈색의 세로줄이 그어져 있다. 살아 있을 때에는 꼬리 자루 앞끝 등쪽에 눈 크기의 흰색 반점이 있으나 물 밖으로 나오면 곧 소실되어 볼 수 없게 된다.

양턱에는 원뿔니가 있으며, 좁은 이빨띠를 이루고 바깥쪽 이빨이 크다. 두부에는 양턱을 제외한 머리 전체가 큰 비늘로 덮여 있다. 등지느러미는 13개의 가시와 12개의 줄기로 구성되며, 뒷지느러미는 2개의 가시와 10개의 줄기로 구성된다. 가시는 초여름이 가장 부드럽고 산란 후에는 가시가 세다.

[자리를 지키는 정착성 어종]

자신이 태어난 주변 따뜻한 곳 암초 계곡에서 자리를 지키는 정착성 어종이기 때문에 ‘자리돔’이라고 붙여진 것인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제주도 생선 이름은 도내에서도 지역마다 달리 부르는 경우가 많으나, 자리돔 만큼은 예외이다. 그만큼 흔하고 보편성을 띤 물고기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리돔의 속명인 ‘chromis’는 그리이스어로 ‘조기와 같이 소리를 내는 고기’란 뜻에서 유래한 것이며, 영어권에서는 ‘소녀 같은 고기’라 하여 ‘damselfish’, ‘산호초 부근에 많이 서식한다’ 하여 ‘coralfish’ 등의 이름을 갖고 있다.

프랑스에선 체색이 ‘밤’과 유사하다 하여 ‘castagnole(밤)’, 독일에선 ‘까마귀 같은 고기’라 하여 ‘Rabenfisch’, 일본에서는 ‘참새 또는 수다장이(スズメ) +돔(ダイ)’ 즉 참새처럼 작고 예쁜 고기란 의미로 ‘스즈메다이(スズメダイ)’라고 한다.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서민의 음식]

제주도는 사면의 바다로 둘러싸인 환해의 섬이다. 해안선의 길이가 253㎞에 달하며 수심 100m 내의 대륙붕이 광활하게 펼쳐있고 기후도 온난하여 어족들의 번식 환경에도 아주 적합한 곳이다. 정착성 어종과 회유성 어종들이 풍부한 어장을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진수[233~297]의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마한의 서쪽 바다 가운데 큰 섬이 있는데 주호(州胡)[제주도]라는 나라가 있다. 체구가 비교적 적고 언어는 한(韓)나라와 다르며 소와 돼지를 잘 치고 배를 타서 왕래하는 데 한(韓)나라와 장사 거래를 한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도에서는 고대부터 조선술과 항해술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주 섬 해역에서 어로 기술도 마찬가지로 상당한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적으로 고대의 유적지에서 방추차 등 어로 기구들이 상당량 출토되고 있다. 제주에 관한 역사서에 전복·옥돔·갈치·고등어·멸치·문어·오징어 등 생선 이름이 등장하나 자리돔에 관한 기록은 없다.

다만 조선 중종『제주풍토록』(1519)에 잡어(雜魚)들이 있다는 기록에서 자리돔도 여기에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자리돔은 하찮은 서민들의 음식에 불과했기 때문에 중앙에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탓이다.

[자리돔 사랑을 알려주는 기록들]

다음 기록은 제주인들이 얼마나 자리돔잡이에 매달렸지를 보여준다. 이는 또한 제주인들이 자리돔을 얼마나 선호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한국수산지』(1910)에는 제주도 전역에 흩어진 자리돔 그물망은 282망이었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는데, 제주도 해안에 자리돔 그물이 널려 있을 정도로 자리돔잡이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석주명(石宙明)[1908~1950]은 1943년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장에서 2년 근무하는 동안 기록한 『제주도수필』에서 자리에 대해 4번에 걸쳐 언급하였다.

ⓛ 도민의 취미: 도민의 대부분은 역시 농민이다. 농촌 오락이 태무하다는 것보다 전무한 곳이요 민도가 낮으니 미신이 많고 술과 담배는 과용한다. 해변에서 ‘자리회’에 소주나 먹으면 최상의 행락이라 하겠다

② 음식: 섬이니 물론 해산물을 많이 사용되어 좋고 ‘회’가 발달되어 회를 많이 먹는다. 특히 ‘자리회’는 극히 보편화한 것이다.

③ 도민의 식료품: 주식은 보리와 조, 부식물은 ‘메역’(미역)과 동물질의 ‘자리’를 보편적으로 풍부히 사용하는 것이 특색이다.

④ 자리회: ‘자리돔’은 제주도 특산이라고 볼만하고 여러 가지로 요리해서 먹지만 보통은 회로 먹고 보편화한 것인데 특히 남부에서 발달하였다고 할 수 있다. 회를 만드는 법은 두부와 내장의 일부를 일도(一刀)에 절기(切棄)하고 다음엔 기(鰭: 지느러미)들을 절기(切棄)해서 양념한 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양념엔 깨·초·마늘·파 등을 사용하고 오이 같은 것도 넣는다. 자리회 먹으러 가자하면 밥과 양념만 가지고 해안에 가서 회를 만들어 부식물로 삼아 먹는다. 자리돔은 곧 변하는 고기이다.

[자리의 생명 주기(life cycle)]

자리돔은 생명 주기(life cycle)에 따라 ‘쉬자리’, ‘알찬자리’, ‘거죽자리’ 등으로 부른다. 쉬자리는 손가락 크기의 어린 자리로 조림용으로 쓰이고, 처서를 전후하여 잡히며 뼈가 부드러워 뼈째 먹는다.

알밴 자리는 배 속에 알이 배어 가득한 자리로, 보리 수확이 끝난 여름에 많이 잡히고 뼈가 부드럽고 살도 통통하여 주로 자리물회나 젓갈용으로 쓰인다. 거죽자리는 음력 7월 알 낳기가 끝난 거죽(가죽)만 남은 자리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지방분과 살이 빠져나가고 가시가 세서 구이나 해먹을 정도다. 따라서 자리잡이는 더위가 시작되는 음력 4월 말에서 7월 이전까지 주로 성행하였다.

[자리맛 자랑을 말라]

제주에서는 바다도 밭으로 여겨 마을 공동밭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자리돔이 많이 잡히는 곳을 '자리밭'이라 하고 한다. 더욱이 자리돔은 정착성 어종이라 암초(‘자리여’라고 함)가 발달한 곳 주변에 떼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자리돔은 지역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이는 먹이 종류와 해류의 세기가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 사람들은 자기 마을의 자리돔 맛에 대해서 자부심이 강하다. 그래서 ‘보목리 사람이 모슬포 가서 자리물회 자랑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다른 마을에 가서 자기 마을 자리돔 맛이 좋다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싸움이 날 정도이다.

흔히 가파도 모슬포 자리돔은 크기가 커서 구워 먹기에 좋고, 서귀포시 보목동의 자리돔은 뼈가 부드럽고 맛이 고소해서 날로 썰어 회나 물회에 알맞고, 비양도 연안에서 잡은 것은 자리젓 담기에 좋다고 회자된다.

[자리돔 잡는 법]

예전에 자리돔잡이는 주로 ‘테우’ 뗏목을 타고 나가 ‘사둘’이라고 하는 자리돔 그물을 이용하여 잡았으나, 1980년대 전후로는 일반 목선을 이용하고 그물을 돛대의 도르레에 연결하여 사용하기도 하였다. 요즘에는 현대식 배에 자리돔 그물을 설치하여 잡는다. 자리돔잡이는 큰 힘과 기술이 들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많이 든 어부들이 주로 잡았다.

자리밭에 나가 ‘자리수경’(물 위에서도 물속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사다리꼴 나무통에 유리를 붙여 만든 물안경의 일종)의 앞 부분을 바다 속에 드리운 채 자리의 이동을 관찰하다가 자리 떼가 보이면 그물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여 자리를 떠 담아낸다. 배를 타고 나가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해안가로 나아가 손잡이와 그물이 분리된 또 다른 형태의 ‘사둘’로 자리를 잡기도 하였다.

이때 냉수·된장·식초·소주·보리밥을 미리 준비하여 갔다가, 자리가 올라오면 현장에서 물회를 만들어 보리밥에 말아 먹거나 산 채로 그냥 된장에 찍어 안주로 먹었다. 석주명이 해변에 자리회 먹으러 가는 일을 ‘도민의 취미’라고 했던 것은 이 광경을 보고한 것 같다. 제주인은 ‘자리물회의 4미’로 재피(초피)맛, 빙초산맛, 뼈씹는맛, 된장맛을 꼽는다.

[제주자리돔 축제]

서귀포시 보목동에서는 자리돔을 소재로 어업인과 시민, 관광객이 함께 만들어 가는 자리돔축제를 보목항구에서 2000년 이래 해마다 6~7월에 개최하고 있다. 축제기간에는 자리돔 요리와 판매 행사, 수중 생태 탐방, 자리돔 어획 장면 시연, 자리무침, 맛 자랑 경연대회, 어업 현장 탐방 등 풍성한 한마당 잔치가 열린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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