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토리분류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701309
한자 四季節-傳令野生花
영어의미역 Messenger of Four Seasons, Wildflower
분야 지리/동식물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문홍

[야생화의 보고, 한라산]

야생화란 말 그대로 우리 산야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들꽃들을 말한다. 예전에는 이런 들꽃들을 잡초와 동일시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야생화에 얽힌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들꽃은 인간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들꽃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관심을 두고 이를 다방면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만큼 우리의 삶 속에 야생화가 가까이 왔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한라산을 지척에 두고 바닷가를 앞마당에 두고 있는 제주시 지역의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이 분명하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남부 지방에 위치하고 있어 난대성 식물이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해발 1950m의 한라산이 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아고산 지대 및 고산 지대에 나타나는 식물이 분포하는 등 매우 다양한 식물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라산은 사시사철 각양각색의 꽃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피어나 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곳곳에서 피어나는 꽃향기 또한 산을 찾는 등반객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깊은 산 속이나 골짜기뿐만 아니라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는 중산간의 목장 지대에서도 형형색색의 다양한 들꽃들의 향연은 계속된다.

이러한 들꽃들로 인하여 제주시의 사계절은 다양하고 독특한 각 계절만의 느낌을 전달해준다. 바쁜 도심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 보면 꽃들이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려주며 새로운 계절에 대한 반가움을 갖게 만들어 준다.

최근 들어 불어오는 웰빙(well-being) 열풍으로 제주시 곳곳의 오름에는 날리는 꽃향기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산을 오르면서 만나는 들꽃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만큼이나 반갑고 흐뭇하게 해준다. 야생화라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아우르기에는 저마다의 이름이 너무 아깝다. 야생화 하나하나에는 고유의 이름과 그 이름만이 갖는 각각의 꽃말들 그리고 그에 얽힌 설화들이 있다.

산과 들을 오가면서 야생화와 마주했을 때 한번쯤은 그 이름을 알고 그에 얽힌 전설을 알고 있다면 또 다른 시각과 느낌으로 야생화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주위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들꽃의 사연을 살펴보고자 한다.

[봄에 피는 야생화]

봄이 되면 파릇한 새싹과 함께 연분홍과 노랑의 색 조화가 봄 햇살과 조화되어 우리를 눈부시게 한다. 봄에 피는 꽃들은 진달래, 개나리, 민들레 등 수도 없이 많지만 봄의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몇 종의 꽃에 대해서 알아보자.

1. 호랑이를 이겨낸 새끼노루귀(Hepatica insularis NakaI)

이른 봄 숲 속에는 작고 귀여운 흰색의 꽃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웃고 있다. 잎의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하여 생긴 이름 노루귀이다. 그 중에서도 한라산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풀이 새끼노루귀이다. 새끼노루귀의 잎에 있는 얼룩무늬는 다른 노루귀 종과 구별해내게 해준다.

새끼노루귀의 꽃은 3~5월에 꽃이 잎보다 먼저 피며, 흰색의 꽃이 여러 개가 모여서 피기 때문에 숲 속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하지만 크기가 작아서 그 독특한 아름다움을 접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눈이 필요할 것이다. 꽃은 잎 사이에서 나와 1송이의 꽃이 하늘을 향해 피며, 꽃잎은 길이 1㎝, 나비 5㎜로서 계란형이며 털이 있다.

새끼노루귀의 꽃은 아주 작아서 이와 대비되는 큰 호랑이와 얽힌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늙은 호랑이 한 마리가 조그만 새끼노루귀를 무시하면서 내기를 하자고 했단다. 숲에서 누가 더 강한지, 그리고 누가 더 오래 살아남는지 말이다. 내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새끼노루귀는 꽃이 지기 시작했고 열매가 맺히는가 싶더니 간신히 달려있던 열매는 봄이 지나자 결국 땅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땅에 떨어진 열매는 개미가 물고 사라져 버렸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호랑이는 꽃이 떨어져버린 새끼노루귀를 비웃었지만, 그 해 겨울 추위와 굶주림에 호랑이는 결국 죽고 말았다. 하지만 다음 해 봄 개미가 물고 갔던 씨앗에서 새로운 새끼노루귀 싹이 올라와 꽃을 피웠다.

결국 힘센 호랑이는 숲에서 사라졌지만 해마다 새끼노루귀는 새로운 꽃을 피웠던 것이다. 이후로 조그만 새끼노루귀가 큰 호랑이를 이겼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살벌하기까지 한 약육강식의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전설은 몇 가지 교훈을 은근히 드러내며 가벼운 웃음을 짓게 한다.

2. 화려함과 향기를 동시에 담은 새우난초(Calanthe discolor)

봄이 무르익어 갈 즈음 한라산 숲 속에서는 갈색 혹은 노란색 등 화려한 색깔의 난초가 피어난다. 야생란이라 하면 흔히 한란이나 보춘화 등을 최고의 난초라 칭하지만, 은은한 향과 화려한 색상을 띠는 새우난초는 서양란의 화려함과 동양란의 향기를 갖는 그야말로 난초의 지존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아직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 덕에 야생에서의 새우난초 꽃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새우난초는 남서 해안을 포함한 제주도, 울릉도 등 도서 지방에 주로 분포되어 있는 다년생 난과 식물이다. 제주시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새우난초의 종류는 새우란, 금새우란, 여름새우란 등 3종인데 이 중 여름새우란은 다른 새우난초와 달리 여름에 꽃이 핀다.

새우난초의 잎은 길고 넓은 배처럼 생겼으며 잎 속에서 꽃대가 굵고 길게 자라며 보통 10여 개 이상의 꽃망울이 붙는다. 꽃은 4월 하순부터 5월 하순까지 피기 때문에 기품 있는 멋을 한껏 줄길 수 있는 야생화이다. 구경(球莖) 모양이 새우등처럼 생겨서 새우난이라고 부르며, 꽃의 빛깔은 다갈색을 기본으로 하나, 녹갈색·적갈색·흑갈색 등 복합색을 띤다. 혀도 백색을 기본으로 농홍색이 들어가는데 그 설점이 관상의 포인트가 되며 새우란의 멋을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금새우난은 황색의 꽃잎에 황색의 혀를 가져 돋보이는데 꽃이 크고 많이 붙는다. 그래서 꽃망울이 많을 때는 20~30개 정도가 될 때도 있다. 여름새우란은 한라산 중턱 700~800m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그 개체 수는 많지 않다. 배양이 무척 까다로우며 번식도 매우 힘이 든다.

여름새우란은 잎부터 다르며 잎면이 융단처럼 느껴진다. 꽃은 잎자루 옆으로 나오며 꽃의 색깔은 백색 바탕에 홍자색이 약간 번져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꽃이 피고난 후 식물을 채취하여 약용으로 쓰이는데 해독,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을 푸는 데 효과가 있다. 편도선염, 치질, 타박상에 효능이 있다.

3. 수줍고 단아한 새색시 설앵초(Primula modesta var. fauriae)

봄날의 한라산은 온통 꽃밭이다. 분홍색의 진달래, 산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가운데 바위아래에 수줍고 조그맣게 피어있는 꽃이 있다. 바로 설앵초(雪櫻草)다. 설앵초는 크기가 작아 우리 자신을 낮추어야만 볼 수 있는 꽃이다.

연록색 잎사귀 사이로 곧추선 가느다란 줄기에는 작지만 당당하고 아름답게 피어있는 분홍색의 꽃잎들이 앙증맞게 달려있다. 꽃잎의 색깔은 한줄기에서 난 것이라도 수줍은 새색시 같이 단아한 연자색에서부터 진한 분으로 치장한 것 같은 자줏빛이 도는 진분홍색까지 여러 가지 색을 띠고 있다. 작고 가느다란 줄기 끝에 정방형으로 뻗은 다섯 갈래의 꽃잎마다 아름다운 색과 그 안에 무리지어 있는 노란 암술의 조화는 지나는 나비의 시선마저 잡아끌 정도다.

습한 곳에 홀로 또는 무리지어 피는 여러해살이 풀인 설앵초는 추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잎의 표면에 잔털이 많고 잔주름이 있으며 뒷면은 은색 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크고 화려해서 한 눈에 사로잡는 꽃도 좋지만 설앵초는 작지만 그 단아하고 고운 매력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여름에 피는 야생화]

한여름 사람들이 물가를 찾듯이 여름에 만나는 꽃들 또한 물가를 좋아한다. 숲속에 피어나는 꽃들이 어찌 없을까 마는 물가에서 만나는 꽃들은 무더위 속에서 더욱 싱그럽고 시원스럽게 보인다.

1. 바닷가의 향기 황근(Hibiscus hamabo)

여름철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노랗고 큰 꽃이 황근이다. 나무의 높이는 1m 남짓하고 꽃은 마치 무궁화를 연상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무궁화와 같은 과의 같은 속 식물이기 때문이다. 꽃은 7~8월 피며 잎겨드랑이에서 하나씩 나온다. 꽃잎은 거꾸로 세운 계란형으로 크기가 4~5㎝이고 노란색으로 꽃의 가운데 부분은 붉은 색이다.

예전에는 많았을 테지만 해안도로 개설이나 여러 가지 환경 조건의 변화로 지금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식물 2급종으로 보호되고 있다. 제주시 지역에서는 구좌읍 토끼섬과 그 주변을 포함하는 해안가에 분포하고 있다.

2. 할머니의 사랑 문주란(Crinum asiaticum var. japonicum)

문주란은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제주시 동쪽에 있는 ‘토끼섬’이라는 조그마한 섬에서 자라고 있다. 여름철 바다 구경을 위해 토끼섬 앞을 지나게 되면 흰꽃이 가득 차있는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꽃은 7~9월에 피며 잎 사이에서 난 화경(花莖)은 높이 50~80㎝, 지름 1.8㎝ 정도로서 잎이 없이 흰색의 꽃이 핀다.

겨울에 말랐던 잎이 봄을 맞으면 파랗게 새잎이 돋아나고 7월 말 쯤부터 흰 꽃을 연달아 피워 9월까지 온 섬을 하얗게 물들이며, 그 은은한 향기 또한 황홀하다. 문주란이 자라고 있는 토끼섬의 문주란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어 있다. ‘토끼섬’이라는 섬의 이름도 문주란이 섬 전체를 뒤덮는 여름이 되면 섬의 모양이 마치 하얀 토끼와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문주란은 아프리카가 원산지로서 오래전 해류에 의해서 제주도로 유입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후 꽃이 크고 화려하여 민가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져오고 있다.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지만 근두(根頭)에 독성이 가장 강하다. 창독(瘡毒)을 없애는 효과가 있어 작은 종기를 제거해주고 화상을 낫게 하며, 벌레를 죽이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제주시 지역에서는 문주란에 얽힌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옛날 제주도 북제주군(현재 제주시) 구좌읍에 허리가 굽은 할머니와 어린 손자가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산물을 채취하면 생계를 꾸려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점점 몸이 쇠약해져서 밤잠이 든 후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이때 할머니의 혼이 앞바다의 무인도에 도착해 뿌리를 내리고 이상한 식물의 잎사귀로 돋아났다. 그리하여 구좌읍의 토끼섬에는 많은 문주란이 피어났다. 할머니는 만년을 살아야 한다는 손자의 말 때문에 꽃으로 변해 만년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손자를 위해 죽어서도 이 세상을 등지지 못한 할머니의 애틋한 사연은 우리네 할머니들을 생각하게 한다.

3. 이별의 꽃 개상사화(Lycoris aurea)

여름철 뜨거운 햇살 아래 피어나는 붉은 빛깔의 상사화는 그 이름만으로도 꽃의 특성을 짐작케 한다. 꽃은 잎이 진 뒤인 7~8월에 꽃줄기가 나와 핀다. 빛깔은 황금색이고 잎 사이에서 나온 높이 60㎝ 정도의 꽃줄기 끝에 5~10송이가 한쪽을 향해 핀다.

상사화라는 이름은 잎이 있을 때에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무렵에 잎이 없어지기 때문에 잎과 꽃이 평생 동안 서로 만나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그리워하며 지낸다고 하여 붙여졌다. 이러한 이야기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에서도 나타나며 또 다른 이름으로는 ‘이별초’라 불리기도 한다.

또한 상사화는 일생을 홀로 고고하게 살아가는 스님들과 같다고 하여 중꽃 혹은 중무릇이라는 별칭을 갖기도 하며, 잎이 난초와 비슷하게 생겨서 ‘개란초’라고도 불렀다. 개상사화는 이러한 상사화의 일종으로 제주도 및 전라남도 남부 지역에서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사화는 꽃이 붉고 화려하며 꽃과 잎이 나오는 시기가 달라 꽃꽂이를 위한 절화 식물로서 화훼에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옛날에는 뿌리에서 채취하는 전분은 강력한 본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불경을 제책하고 탱화를 표구하는 데에 이러한 풀이 많이 이용되었다.

[가을에 피는 야생화]

가을의 들판은 겨울을 준비하는 식물들의 움직임으로 매우 바쁘다. 서서히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기 시작하면 봄, 여름에 꽃을 피우던 야생화들은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색상의 꽃들이 피어난다. 코스모스, 국화, 구절초 등 대부분의 국화과식물과 향유, 꿀풀과 식물들이다.

1. 향기로운 꽃, 꽃향유(Elsholtzia splendens)

꽃향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이다. 꽃이 피는 형태도 무더기를 이루어 피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도 잘 띈다. 꽃향유라는 이름은 ‘꽃이 아름다운 향유’라는 뜻으로 향유보다는 꽃의 크기가 크고 향기도 강하다. 꽃은 9~10월에 들에서 자주색 또는 진한 보라색으로 피어나며 줄기 및 가지 끝에서 빽빽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서 자란다.

개화 시기가 되면 가지마다 꽃이 피어 그 자체로도 꽃다발을 연상시킬 만큼 개화량이 풍부하다. 또한 방향제로 쓰일 만큼 향기가 좋고 꽃 안에는 꿀이 충분하여 예로부터 밀원 식물로 이용되었으며, 민간에서는 유용한 약재로 이용되었는데, 특히 감기로 인한 오한에 달여 먹기도 하였다.

2. 층층이 달리는 층꽃나무(Caryopteris incana)

가을철 들에는 보라색 꽃들이 많이 피어난다. 대부분이 초본으로 국화과 식물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가을꽃의 시작은 파란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보라색의 층꽃나무이다. 암반층에 피어나는 층꽃나무는 흙이 별로 없는 척박한 토양이나, 바위덩어리 위에 자라기 때문에 더욱 독특한 매력을 갖는다.

층꽃나무는 꽃이 줄기를 따라 잎겨드랑이마다 많이 모여 달리는데 이것이 마치 계단식으로 보이기 때문에 ‘꽃이 층을 이루며 피는 나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겨울철에는 지상부가 사라지기 때문에 나무가 아닌 풀꽃처럼 보여서 층꽃풀이라 불리기도 한다.

꽃은 8~9월에 줄기 윗부분의 잎이 돋아나는 곳을 따라 짙은 보라색으로 모여서 핀다. 한방에서 뿌리를 포함한 전초를 난향초(蘭香草)라 하여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절단하여 햇볕에 말린 후 통증 등에 달여서 복용하거나 또는 술에 담가서 마시며, 외용제로 달인 액을 상처에 바른다.

3. 국화차의 향기, 감국(Chrysanthemum indicum)

가을의 꽃 하면 떠오르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국화꽃일 것이다. 가을철에 피는 노란 국화꽃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하며 꽃말은 ‘곧은 절개’이다. 감국은 산국과 유사하여 가끔 혼동되기도 하는 식물이지만 산국보다는 꽃이 크고 꽃차례 역시 산국은 산형꽃차례와 비슷하며 감국은 산방꽃차례를 갖는다.

꽃은 10~11월에 걸쳐 피며, 꽃의 크기는 지름 2.5㎝ 정도이다. 꽃의 색깔은 진한 황색으로 향기가 매우 좋다. 국화는 예로부터 음식의 재료, 술, 차 등으로 많이 이용되어 왔으며 최근 제주시 지역에는 국화차 생산을 위해 국화꽃을 재배하는 곳도 늘고 있다.

중국에는 국화주에 얽힌 전설이 내려오는데, 옛날 장방이라는 현자가 근항경이라는 사람에게 앞날을 예언해 주길 “금년 9월 9일 자네의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있을 것이네. 이 재앙을 막으려면 집안 사람 각자가 주머니를 만들어 주머니 속에 산수유를 넣어서 팔에 걸고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면 화를 면하게 될 것이네.”라 하였다.

이 말을 들은 근항경은 장방의 말에 따라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면서 며칠을 살았고, 이후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남아있던 가축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고 한다. 이후부터 9월 9일을 중양절이라 정하고 이 날은 국화술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겨울에 피는 야생화]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움츠러드는 계절이 겨울이지만 다른 계절이 다 지나고 추운 겨울에서야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한란이 그러하고 전설 속에서나 나옴직한 한 겨울에 열매가 익는 겨울딸기가 그러하다. 그래서 겨울에 피는 꽃은 예로부터 절개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슬픔의 표시가 되기도 한다.

1. 백서향(Daphne kiusiana)

겨울철 중산간 지역의 숲을 다니다 보면 은은하게 피어나는 달콤한 향을 맞이하게 된다. 진한 초록색의 잎과는 대별되면서 흰 꽃무더기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데 이 꽃이 백서향이다. 백서향은 팥꽃나무과의 속하는 작은 나무이다. 꽃은 암수딴그루이며 2~4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향기가 진하게 나며 묵은 가지 끝에 모여 달린다.

백서향에 얽힌 전설을 통해 이 꽃의 향기를 추적해 볼 수 있다. 옛날 중국의 한 여승은 잠을 자다 꽃향기에 도취해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그래서 그 꽃향기를 따라가 보니 꿈속의 향기와 똑같은 흰 꽃이 피어 있었다. 여승은 잠자는 동안 꿈속에서 향기로 알게 된 꽃이라 하여 꽃의 이름을 수향(睡鄕)이라고 지었다. 그 후 사람들은 상서로운 꽃으로 여겨 서향(瑞香)이라고 불렀다. ‘꿈속의 사랑’이라는 꽃말은 이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집의 현관에 백서향 한 그루만 있어도 그 향기는 온 집안을 그윽하게 한다.

이 꽃에 얽힌 또 하나의 전설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신 아폴론은 처음 만나는 여자를 사랑해야만 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때마침 숲의 요정 다프네가 처음으로 그의 옆을 지나게 되었다. 다프네는 아폴론에게 붙잡히기 직전에 제우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제우스는 그녀를 가엾이 여겨 서향의 꽃으로 변하게 하였다.

2. 고결함의 꽃 동백나무(Camelia japonica)

동백나무는 우리나라의 남부 지방을 상징하기도 하다. 제주시 구좌읍에 가면 ‘동백동산’이라는 지역이 있다. 이곳은 제주도가 지정한 천연기념물 제10호로서 상록활엽수가 울창하며 동백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 이름 지어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겨울이 되면 제주시 지역 곳곳에서 붉게 피어있는 동백꽃을 흔히 볼 수 있다.

동백꽃은 1~3월 사이에 피며 붉은 동백을 기본 종으로 다양한 색깔의 동백꽃을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오페라 ‘춘희(동백아가씨)’에 나오는 마가렛은 동백꽃을 가슴에 달고 사교계에 나타난 창녀였지만, 아르망이라는 청년의 애정에 의해 진실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결국 헤어짐과 죽음으로 끝나지만 동백꽃은 ‘매력’과 ‘사랑’이라는 꽃말을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 남부 지방인 여수의 오동도에는 동백꽃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옛날 오동도에는 오동나무 숲이 울창해 봉황이 날아와 오동 열매를 따 먹으며 놀다 가곤 했다. 그런데 ‘봉황이 깃든 곳에 새 임금이 난다’는 소문으로 왕명에 의해 숲의 나무가 베어졌다.

이후 세월이 흘러 이곳에 금슬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도적에 쫓기던 부인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게 되고 바다에서 돌아온 지아비가 슬피 울며 산기슭에 부인을 묻었다. 그 후 하얀 눈이 쌓인 무덤가에는 붉은 동백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붉은동백은 ‘고결한 이성’이라는 꽃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동백나무 망치를 만들어 주술에 이용하거나 병마를 막았는데, 이것을 마루에 놓으면 영계(靈界)와의 교류가 끊어지는 것으로 믿었다. 일본에서는 전염병이나 재난을 막기 위해 이 망치를 허리에 차는 풍습이 전한다. 상록수이면서 꽃색이 다양하여 정원수나 화분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3. 영원한 행복, 복수초(Adonis amurensis)

눈이 내린 한라산은 겨울 동안 모든 식물들이 겨울잠이라도 자듯이 고요해 쓸쓸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숲속의 적막함을 뚫고 노란 꽃봉오리가 피어나는데 이 꽃이 바로 복수초이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로 1~2월 사이에 노란색의 꽃이 피어나며 꽃잎이 많고 서로 겹쳐서 난다. 꽃이 피어있을 때에는 잎의 크기가 작아 꽃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복수초(福壽草)는 장수(長壽)를 상징한다.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은 이러한 이름에서 유래하고 있다. 이렇듯 동양에서는 복수초가 행복의 상징으로 묘사되지만 서양에서는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꽃말은 아마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도니스의 전설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도니스는 매우 아름다운 미소년으로 페르세포네와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았으나 어느 날 산에서 멧돼지에 물려 죽는다.

이후 아도니스가 죽으면서 피를 흘린 자리에서 노란 복수초가 피어났으며, 아도니스를 죽인 멧돼지는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레스신이 모습을 바꾸어 나타난 것이라 한다. 복수초의 속명이 ‘Adonis’인 것은 이를 칭하는 것이다. 제주시 지역의 복수초는 한라산 해발 400~1,400m의 숲속에 분포하며 여러 개가 모여서 피어난다. 이 꽃은 관상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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